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글로벌 농업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물꼬를 튼 것은 FTA, WTO농업협정 타결이다. 이로 인해 농산물의 개방이 확대되고, 농업분야 역시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외국 농산물이 국내에 자유롭게 수입되다 보니 소비의 확대를 가져오고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마저 바꿔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 우리 농업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나는 수출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일부는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 시각을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농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농업은 이미 수출을 통해 크게 성장한 경험이 있고 역량 또한 갖추고 있다. 1995년 국내에 도입된 파프리카는 연 1000억원 이상 수출하고 있다. 충남이 개발한 매향과 설향 딸기는 레드펄, 장희 등과 같은 일본 품종을 대체해 로얄티를 절감하고, 연간 500억원 이상의 수출액을 올렸다.

지금도 새로운 품종 도입과 개발을 위한 충남 수출농업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천안 샤인머스캣 포도는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씨 없는 청포도로 국내는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논산의 신품종 딸기인 킹스베리는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수출농업이 우리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존재한다. 관세·비관세장벽이 동시에 강화되는 현실에서 그나마 수출보조금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농산물 수출은 더욱 어려워 질 전망이다. 당장 2024년에 도달하면 우리나라 수출농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아젠다 농업분야협정 타결로 매년 800억원 가량 보조되던 수출물류비가 2024년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트럼프 정권의 신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비관세장벽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농산물의 위생 및 검역에 관한 협정(SPS협정)과 농식품의 제품등록, 라벨링 등의 제도상 기술장벽(TBT)이 그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는 법이다.

대비하면 된다. 우리 수출농업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국내·외 수요 예측을 해야 한다. 시장을 개척하는 일, 품질을 높이는 일, 원가를 절감하는 일, 원활한 자금 조달과 기술 개발을 이루는 일,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이와 같은 종합적인 지원시책을 마련하고 준비해 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어려움이다.

충남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농업통상환경을 맞아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개 수입국은 자국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까다로운 검역기준을 설정한다. 충남은 수입국 검역 및 훈증비용을 지원하는 ‘농산물 수출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을 도입했다. 국내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 충남 배를 수출할 때 자카르타 항구를 사용하도록 승인받았다. 또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새롭게 부각되는 동남아지역의 수출확대를 위하여 현지바이어 150명을 초청하여 상품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차별화된 농식품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농업, 농촌의 위기를 농산물 수출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고령화, 세계화를 맞는 우리농업이 나아갈 길이다. 지방정부가 구축한 수출농업 인프라 위에 수출농업인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도민의 관심과 성원이 함께 한다면 농업강국 대한민국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수출농업이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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