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 신용보증기금 충청영업본부장

뉴욕 맨하튼에 가면 뉴욕 최초(1902년)의 마천루인 플랫아이언 빌딩(22층)이 있다. 건물 모양이 삼각형의 다리미(flatiron)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브로드웨이, 5번가, 23스트리트 세거리가 교차하는 삼각형의 자투리땅에 혁신적인 형태의 삼각형 건물을 지어 핫플레이스를 만든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삼각형 건물이 뜨고 있다. 물론 대지가 세모 모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짓는 예도 있지만 역동성과 변화를 주기 위해 삼각형 형태를 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과 함께 '사람중심 경제'를 천명하고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축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 정책 기조는 하나의 패키지로서 일종의 삼각편대를 구성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공정경제로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확립해 포용국가의 경제구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노력했지만 성적은 그리 신통치 못하다. 3대 경제정책이 균형 잡힌 모습이 아닌 어딘가 찌그러지고 어그러진 모습을 띠고 있었고 그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도형의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선의 교점이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이다. 세 가지 경제정책이 균형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도 무게중심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답은 역시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중심에 중소기업이 없으면 일자리 창출도, 소득증가도, 공정경쟁도 기대하기 어렵고 포용국가도 이룰 수 없다. 특히 혁신성장이 정책의 한 축으로 견고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강소기업으로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접점에 있는 신보와 같은 기관이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혁신 창업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증·보험·투자·컨설팅 등 융·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재도전·재창업 환경을 개선해 실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기업 생태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해 사회가 포용국가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는다. 기해년은 황금 돼지의 해다. 돼지는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황금 역시 재물의 대명사여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고 있는 한 해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3년 차를 맞이하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완벽한 삼각편대를 이뤄 우리나라가 사람중심의 포용국가로 역동적이면서도 안정감 있게 비상(飛上)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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