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김현미 장관 잇따른 질책에 사퇴 택한 듯

잇단 사고와 여론 악화…결국 오영식 사장 퇴진으로 귀결
문 대통령·김현미 장관 잇따른 질책에 사퇴 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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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강릉선 KTX 탈선으로 정점을 찍은 최근의 잇단 열차 사고와 고장이 결국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퇴진으로 귀결됐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열차와 작업 중인 굴착기 충돌사고를 시작으로 3주간 무려 10건의 사고와 고장이 잇따르면서 국민이 열차 타기를 두려워하는 지경까지 치달은 철도 안전운행 시스템의 부재가 오 사장의 사퇴로 치달은 것이다.

지난 8일 강릉선 탈선사고 현장에서 직접 고객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이튿날 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고원인을 브리핑하면서도 사장직 수행 의지를 밝혔던 오 사장이지만 브리핑 과정에서 '추운 날씨'를 언급하는 등 전문성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악화한 시민들의 사퇴 압박 여론에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고 질타한 것이 오 사장의 사퇴 결심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을 지낸 오 사장은 2003년 제16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한 뒤 17대와 19대 의원을 역임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으며, 지난 2월 6일 홍순만 전 사장의 사퇴로 비어 있던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 일성으로 철도 공공성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표방한 그는 코레일의 해묵은 과제였던 98명의 해고자 문제를 '전원 복직'으로 해결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해고 후 11년째인 KTX 여승무원 180여명의 복직 문제를 코레일 특별채용 형식으로 역시 해결하면서 노사관계 회복에 성과를 냈다.

취임사에서 남북철도 복원과 대륙으로 가는 철도 중심 물류체계에 코레일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던 그는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단에 참가하는 등 동해선과 경의선 등 남북철도 연결사업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철도운행 과정에서 잇따라 사고와 고장이 나면서 '과연 철도가 안전한 수송수단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오고, 거듭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에도 사고를 근절하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노사문제와 남북철도 연결 등에 희망적인 역량을 보였지만 결국 철도의 근본적 역할인 안전한 수송과 안전시스템 확립, 직원 기강 다잡기 등에 철도 '비전문가'로서 한계를 보인 것이다.

오 사장은 지난 8일 강릉선 탈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기온이 급강하해 선로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했다가 이튿날 김현미 장관에게 브리핑할 때는 "선로전환기 코드가 잘못 꼽혔다"고 번복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철도사고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코레일 사장이 두 번이나 국민께 사과하고 사흘 전에는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강하게 질책하고 사고 재발을 막아달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며 "저희로서도 더는 이런 상황들을 좌시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이번 일로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생각한다"며 사실상 오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10일 문 대통령이 잇단 철도사고의 문제를 강하게 질책한 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돼 연이은 철도사고 문제를 다루기로 하면서 오 사장은 결국 사퇴했다.

오 사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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