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장

필자는 업무와 관련해 30여 년간 경찰을 접했고, 12년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장을 역임하면서 경찰청을 비롯해 각 지방경찰청까지 두루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외부 인사로는 대한민국 경찰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고, 경찰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적인 칼럼을 쓰기도 했다.

요즘 경찰대학 선발 인원감축과 병력특례를 폐지하는 등의 '경찰대 개혁안'이 나온 것은 지난해 2월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학원생들간 대화 과정에서'어떤 사람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되는 게 합당한지?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되어 문 대통령 취임 후 비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조직 개혁을 위해 경찰대폐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순경출신의 한 경찰관계자는 '경찰대 출신은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관리자로 일선에 배치되고, 소위 진급이 잘 된다는 주요 요직과 승진을 독식한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비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대 출신들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나이 어린 경찰대 출신을 상관으로 모시기 불편하다는 게 주된 이유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경찰이 얼마나 공정하고, 친절하며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관점이 된다.

먼저 경찰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주 우수한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1개 시·도에서 경찰대학에 입교하는 사람은 연간 4~5명에 불과하다. 또한 경찰대학에선 수사·행정·법률 등 실무 교육을 4년간 이수하고, 배명 받으면 6년간의 의무 복무기간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사병이고, 육사를 나왔다는 이유로 장교가 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대학 출신이 승진을 독식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경찰대학 출신들이 비교적 승진이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총경급 승진인사에서는 경찰대, 간부후보, 일반직(순경 출신)을 30%씩 거의 균등하게 안배하고 있다. 능력 위주의 인사가 아니라 조직의 사기를 위해 출신별 안배하기 때문에 오히려 능력 있는 경찰대학 출신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찰대와 비 경찰대 간의 경쟁은 오히려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고, 특히 경찰대는 경찰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필자는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경찰대학 출신들은 예의바르고,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강해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 대학생들은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개선했고, 뛰어난 업무 능력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민원처리는 경찰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높였다는 것을 자타(自他)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일례로 서울의 일부 경찰서가 경찰 대학생을 집중 배치한 결과 민원이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어, 오히려 경찰대학을 육성 발전시켜야할 마당에 '경찰대학축소 개혁안'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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