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어린이집 평균 321명 대기…아파트 어린이집도 입소 어려워
市 평균 36.7세, 영유아 증가세…보육환경 중요하지만 대책 미비
타 지역 유턴도…현실 반영해야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23개월 된 한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2년간의 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눈앞에 둔 시점, 어린이집 문제로 고심에 빠졌다. 3년 전인 임신 초창기 국공립어린이집과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2곳에 서둘러 입소대기신청을 했지만, 아직 대기순번을 기다리는 상황.

국공립어린이집에선 “현실적으로 입소가 힘들다”, 관리동 어린이집에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는 답변만 되풀이 돼 난감하기만. 결국 김씨는 남편과의 상의 끝에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길 것을 결심했다.

아동친화도시의 슬로건을 뽐내는 세종시 ‘영유아 보육환경’이 최악의 수준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세종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을 목표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순차적으로 확충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세종시의 계획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이 앞선다.

세종의 영유아 부모들은 “세종의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경쟁에 뛰어들려면 맞벌이 가정에서 최소 3명의 다자녀는 있어야 자격이 주어지는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세종시에 등록된 지역의 어린이집은 총 333곳. 유형별로는 가정 174곳, 국공립 21곳, 민간 112곳(관리동 포함), 법인단체 4곳, 사회복지법인 9곳, 직장 13곳 등이다.

문제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대기순번이 수백명에 달해 입소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아이사랑포털을 통해 세종시 21곳의 국공립어린이집의 입소 대기순번을 파악한 결과, 평균 321명이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어린이집별 대기현황을 보면 고운별어린이집(420명), 세종고운어린이집(671명), 세종대평어린이집(496명), 도담꿈어린이집(80명), 세종도램어린이집(45명), 아이누리어린이집(431명), 어진어린이집(220명), 보람더원어린이집(713명), 세종새롬어린이집(488명), 소담하랑어린이집(666명), 세종달빛어린이집(66명), 아름나무어린이집(344명), 아름숲어린이집(245명), 연기어린이집(57명), 신흥푸르지오어린이집(11명), 죽림어린이집(178명), 종촌숲어린이집(272명), 종촌어린이집(505명), 중흥키즈어린이집(80명), 나성어린이집(386명), 송원어린이집(382명) 등을 나타내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에 들어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세종시의 부모들은 차선책으로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에 눈을 돌리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신도심 내 민간 관리동 어린이집은 대기순번이 수십명에 달해, 부모들 입장에선 입소 시기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2017년 기준 평균 연령은 36.7세. 만 7세미만의 영유아 수는 2016년 2만 4353명, 2017년 2만 7793명, 2018년 6월 기준 2만 9569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영유아 보육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실의 문턱은 너무 높은 게 사실이다.

세종시는 ‘아동친화도시 지정’에 발맞춰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110개소를 확충하는 등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5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치는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유물로 비춰지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면 110개소가 확충되더라도 수혜대상은 제한적이다.

또한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두고 있지만, 그 규모는 미비한 게 현실이다. 예산 현황 및 입주민들의 동의절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세종의 한 워킹맘은 “임신과 동시에 국공립과 관리동 어린이집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1, 2살이 되도 입소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세종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전에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어린이집 문제로 대전이나 청주로 유턴을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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