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얼마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부쩍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말한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목표를 위해 달려오다 보니 자신만의 즐거움을 고려하지 않고 살아온 삶에 대해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어른들에게 가끔은 말하고 싶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 조금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왕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말이 나왔으니 필자가 언제 그런 기분을 느낄까 생각해 본다. 코끝에 쌀쌀한 기운이 와 닿는 아침에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할 때, 낯선 지역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갈 때 느껴지는 설렘등이다. 적어놓고 보니 고향에서 지구 반 바퀴나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추수감사절이 있던 주의 주말에는 괜히 마음이 들떠서 아내와 서울로 향했다. KTX를 타면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었다. 예약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라 저렴한 물건들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녁까지 맛있게 먹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일요일에 있을 미식축구 경기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승을 남겨두어서 무척 기다려졌고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런 느낌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당신은 참 좋은 인생을 살았다며 공감해준다. 세세한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 또한 참 행복한 일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내와 볼링을 치러갔다. 볼링공을 신나게 굴리다가 레인이 청소가 너무 잘된 탓에 미끄러지면서 무릎과 허벅지를 부딪치는 작은 사고도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인지 성적이 좋았고 스페어를 깔끔하게 처리했을 때는 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잘했습니다. 지금처럼만 하세요!”라며 응원을 했다. 마치 필자 인생 전체를 응원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게임을 끝내고 치즈버거를 나눠먹으며 아내와 호텔로 돌아왔다. 오하이오주 팀과 미시간 주 팀의 미식축구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11월 넷째 주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학풋볼의 라이벌 주간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하는 시즌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로 최고의 인기를 모은다.

미시건 대학교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풋볼 대결은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이 ‘20세기 스포츠 사상 최대의 라이벌’ 중에서도 1위로 꼽을 정도다. 오하이오에서 1년에 하루는 M(미시건 대학의 약자)을 쓰지 않고 미시건 대학 선수들은 오하이오 주립대의 상징인 빨간색 옷을 입지 않을 정도라니 두 도시 간의 라이벌 의식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경기는 62대 39로 오하이오 주립대가 이겼다. 승패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 이르는 과정도 즐겨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매일 있어’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매일매일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은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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