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모집 미달…“조기취업 힘들어”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조기취업 통로가 돼 온 현장실습 중단 여파가 천안지역 특성화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9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19학년도 천안지역 6개 특성화고 입학원서 마감 결과 전체 1602명 모집에 1548명이 지원, 평균 96.6%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모집 인원에 미달한 학교는 천안제일고가 270명 모집에 193명이 지원해 77명이 부족했다. 성환고도 150명 모집에 24명이 부족한 126명의 학생이 지원한 채로 마감됐다.

천안공고(정원 378명)와 병천고(156명) 천안여상(324명), 천안상고(324명) 등은 각각 25명, 5명, 8명, 9명이 초과됐다. 지난해 입시에서 일부 학교의 모집 정원이 미달된 경우는 있었지만 지역에서 특성화고 모집인원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지역 특성화고의 입시는 2016년도 2150명 모집에 529명이 초과 지원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지원자가 줄며 점차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불과 40명 초과하는데 그쳤다.

특성화고 신입생 미달의 주요 원인은 현장실습 중단으로 3학년 조기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취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입학 자원 부족으로 일반계고 진학이 용이해져 학부모들이 특성화고를 기피하는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올해의 경우 입학전형 시기가 인근 타 시·도보다 1주일 정도 늦어져 예년에 비해 타시도로부터의 입학생이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풀이됐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성화고로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 원활하고 빨리 갈 수 있느냐 인데 그 부분이 막히면 멈칫할 수밖에 없다”며 “전폭적인 정책상 지원이 없으면 부모들은 정서 상 일반고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 대상 특성화고 인식개선 연수 및 홍보를 강화하고 신 성장산업 등 취업경쟁력 있는 특성화고로의 학과 개편을 유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제주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당시 18세) 군이 작업 현장에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 제도를 노동이 아닌 학습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관련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새 제도 때문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