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I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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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압도하는 거대 도시의 위용 '모털 엔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황량한 평원의 작은 마을. 볼품없는 곳이지만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그때 멀리서 모래 먼지가 일고 무엇인가가 다가온다.

경고음이 울리고 사람들은 황급히 건물 안으로 몸을 피한다. 이윽고 마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작은 마을을 뒤쫓는 것은 거대 도시 '런던'이다.

런던은 자기 몸집의 100분의 1도 안 될 작은 마을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마을에 작살을 날려 속도를 늦추더니, 결국 입을 벌려 삼켜버리고 만다. 때는 서기 3817년. 이동 도시가 세계를 누비며 서로를 사냥하는 '모털 엔진'의 시대다.

'반지의 제왕', '호빗'으로 판타지 거장 반열에 오른 피터 잭슨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모털 엔진'을 선보였다.


영화는 2118년에 일어난 '60분 전쟁'으로 한 차례 인류 문명이 멸망하고도 다시 1천600년이 흐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 당시 인류는 양자 에너지 무기와 핵무기를 동원한 결과 자멸하다시피 했다. 이후 생존자들은 유목민이 됐다. 시민을 태운 도시가 직접 움직이면서 자원을 찾아다니는 '견인주의' 사상이 널리 퍼졌다.

반면 견인주의에 반대하며 땅에 정착해 살 것을 주장하는 '반 견인도시 연맹'도 탄생한다. 이들은 이동 도시가 접근할 수 없는 산맥에 정착했고 '샨 구오'라는 거대 방벽을 세워 이동 도시의 공격을 방어한다.

이 같은 설정은 필립 리브가 2001년 출간한 원작 소설 '견인도시 연대기'에서 그대로 따왔다.


피터 잭슨은 원작의 매력적인 세계관과 촘촘한 설정을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로 구현해냈다. 특히, 영화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런던'의 도시 사냥은 단숨에 관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작진은 거대 도시의 압도적인 덩치를 화면으로 옮기기 위해 70개나 되는 세트를 지었고, CG 작업으로 1천800m 높이 방어벽을 창조해냈다.

웅장한 화면이 시각을 장악하는 영화인만큼 초대형 스크린을 갖춘 아이맥스(IMAX) 상영관과 특히나 궁합이 좋은 편이다.

아울러 영화 곳곳에 현대 문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녹아있다.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사냥하고, 도시 내에서도 철저하게 계급이 나뉜다는 설정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질서와 물신주의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읽힌다.

'샨 구오' 방벽을 경계로 서쪽은 이동 도시의 세계로, 동쪽은 정착민의 세계로 나뉘고 서쪽의 도시민이 동쪽의 정착민을 공격한다는 서사는 과거 서구 제국주의 침탈을 비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간 전설의 무기를 발굴해 동쪽 세계를 정복하려는 '런던'을 남녀주인공이 막아선다는 내용이다.

다만, 방대한 원작 내용을 두 시간 분량으로 축약한 탓에 스토리가 밀도 있게 전개되지 않고 자주 흐름이 끊기는 편이다. 잔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큰 줄기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인의 신상이 돼 있는 '미니언즈' 모형인형이나 귀중한 유물 취급을 받는 아이폰과 토스터 등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한국계 배우 '지혜'가 저항세력의 리더 '안나' 역할을 맡아 남녀주인공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서치'의 존 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수현에 이은 그의 활약이 국내 팬에게 반갑게 다가올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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