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시 개발위원회장

올겨울은 몹시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더욱 움츠려들게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일기의 불순이 시작된 지 오래다. 예전부터 이상기온의 예보가 있었으니 두렵기까지 하다. 추위와 더불어 기부의 계절이 함께 찾아왔다. 그러나 기부의 손길은 날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에는 콩 반쪽도 갈라 먹는 마음이 여기저기 있어 훈훈했는데, 우리의 겨울은 이런 온기가 차가운 경제 바람에 밀려나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지난달 25일 움츠렸던 어깨를 살포시 풀어준 뉴스. 과일장사하며 평생 번 돈 400억 원을 고려대에 쾌척한 노부부의 이야기는 이 겨울의 모닥불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을 접할 때 우리의 새김도 이제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흔히 기부 행위를 말할 때, 금액의 크기에 관심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제는 기부자들의 삶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려대에 내놓은 돈이 400억 원이라는 것보다는 김영석(91)할아버지와 양영애(83) 할머니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김영석 할아버지는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 남면에서 태어나 17살의 나이에 월남한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수학하지 못한 양영애 할머니와 결혼하나 갖은 고생은 시작된다. 1960년대 초에 두 부부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과일을 팔았고, 모은 돈으로 조그마한 점포를 얻는다. 과일장사가 끝나면 식당에 가서 돈을 벌며 끼니도 그곳에서 해결했다. 서로의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며 모은 돈을 건물에 투자하여 재산을 늘렸다. 그렇게 모은 돈을 기부한 것이다.

기부하는 자리에서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길 소망하였다. 이 분들이 번 돈을 자신들의 편안을 위해 사용했다면 우리는 분명 '졸부의 삶'으로 넘겼을 것이다. 정말 돈을 쓸 줄 아는 분들이기에 우리는 그들의 삶을 추앙하는 것이다.

기부의 효과는 수혜를 받은 학생에 멈춰서는 안 된다. 여러 학생들에게 나비효과를 일으켜 기부의 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기부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사용하고 결과도 제공하는 성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대학에 제공된 기부는 많다. 2003년 서울대 재학 중 작고한 아들을 기려 내놓은 김영수 씨, 37년간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충남대에 내놓은 이복순 씨, 60년 동안 장사하여 모은 돈을 연세대에 내놓은 김순전 씨 등등…. 이들의 기부금은 정확하고 확실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충남대에 기부한 이복순 할머니의 51억은 법명을 딴 정심화장학금으로 설립되었고, 대학에서는 국제문화회관의 명칭을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이라고 했다. 이 추운 계절에 기부의 손길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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