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반세기 전인 1971년 미국의 600만 달러 차관으로 지어졌다. 다른 나라 도움으로 설립한 대학이 이제 개도국을 원조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섰다.

3일 KAIST에 따르면 최근 케냐 정부와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컨설팅 사업의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주하고 콘자 기술혁신도시(Konza Technopolis) 개발청이 시행했다. 케냐 과학기술원은 케냐 정부가 아프리카 실리콘밸리 건설을 목표로 나이로비 인근에 조성 중인 콘자 기술혁신도시의 핵심 주력 시설이다. 사업은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아 진행하며, 총 사업비는 1070억원 규모다.

케냐 정부는 관련 사업 추진과 사업자 선정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한국 내에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 의향서가 통과된 4개 대학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4개월간 평가를 거쳐 KAIST가 교육을 맡고 국내 기업이 건축설계와 감리를 맡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KAIST는 내년부터 36개월간 기계공학·전기 및 전자공학·ICT 공학·화학공학·토목공학·농업 생명공학 등 6개 핵심학과와 공통 기초과학 프로그램 설계, 교육·실험 및 일반 기자재 공급계획, 산·학 협력을 포함한 대학 경영계획 등 분야에서 컨설팅하게 된다. 그간 KAIST가 쌓아온 교육·연구 혁신모델이 통째로 케냐에 수출되는 셈이다. KAIST는 중동이나 중국 등에 일부 프로그램을 수출한 적이 있지만, 케냐 사례처럼 학교의 전체적인 부분을 전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 10대 선도 프로젝트' 신호탄이 될 것으로 KAIST는 전망했다. 고경력 은퇴자나 경험이 필요한 젊은 과학자 등 우수한 인력의 글로벌 진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유휴 연구 장비의 활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설립한 지 47년 만에 원조를 받아 설립된 대학에서 이제 원조를 하는 대학으로 성장했다”며 “독자적인 교육· 연구혁신 모델을 수출할 정도로 학교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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