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칭하는 장기려 박사는 평생을 빈민 의료치료와 구제를 위해 헌신했다. 이분과 관련된 일화는 너무 많다.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면 어느 날 한 환자가 병원을 찾았는데 영양실조였다. 장기려 박사는 그에게 닭 두 마리 값을 내어주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부산에서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만들어 빈민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훗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기초가 됐다. 돌아가실 때까지 유산은커녕 유품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봉사와 헌신의 선구자 이자 사랑의 기적을 이뤄낸 진정한 영웅(英雄)이다.

필자가 생각하건데 장기려 박사처럼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후세사람들에게 업적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나를 희생하고 주위를 돌보는 평범한 주민들이 대전 동구에 많이 있어 아주 든든하다. 그들은 바로 나눔 냉장고와 무료 빨래방을 운영하는 주민들, 우리 곁에 있는 보이지 않는 천사의 손길로 손짓하는 영웅들이다.

나눔냉장고는 넣어 둔 먹거리를 어려운 이웃들이 계속해서 꺼내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화수분과 같다. 어려운 주민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나눔냉장고를 찾는다. 냉장고에서 먹거리를 꺼내 가면 누군가는 채운다. 정기적으로 후원하시는 분도 있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눔냉장고나 행복채움 바구니에 넣어두고 가시는 분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용운동에서 시작된 이 아름답고 지혜로운 사업은 처음에는 시장에서, 식당에서 소수의 후원자가 조금씩 채우던 것이 이제는 주민이 자율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신개념 복지시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눔냉장고는 개인주의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식자재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아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료빨래방에서 활동하는 영웅들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구를 방문해 혼자서 빨기 어려운 이불, 담요 등을 수거해서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빨래방에서 세탁하고 말리고 소독까지 한다. 그리고 다시 집마다 방문해서 깨끗한 세탁물을 전달해 드리면서 안부도 살핀다.

필자는 나눔냉장고와 무료빨래방에서 이웃을 돕는 분들의 사랑이 보이지 않는 손길을 통해 이웃에게 전달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비효과처럼 나중에는 예상하지 못할 엄청난 파급효과로 동구, 더 나아가 대전을 넘어 전국적인 복지시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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