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상당수 이사와 감사들이 김호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이사진이 대표이사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선 건 대전시티즌 창단 이래 초유의 일이다. 대전시의회는 대전시티즌의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할 태세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1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0-3으로 참패하며 1부 리그 승격이 좌절됐다.

대전시티즌 이사 4명과 감사 2명은 어제 대전시티즌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동반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시티즌 이사회는 이사 14명과 감사 2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돼있다. 사직서를 낸 이사진은 "김 대표의 무책임과 오만, 독선에 책임을 통감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사직서를 내 한 이사는 "지난 1년 동안 김 대표가 구단을 방만하게 경영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방만 운영 등의 책임을 물어 대전시티즌의 내년도 본예산 신청액 75억원 중 15억원을 삭감한 60억원을 가결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65억5000만원 보다도 5억5000만원이나 적은 액수다. 추경예산 6억원도 1억7000만원이나 삭감했다. 추후 시의회 예결위와 계수조정과정에서 이 안이 확정되면 대전시티즌의 긴축경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방만 운영 등의 지적에 대해 "방만 운영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사실규명이라도 해야 할 듯 싶다. 동반 사퇴한 이사와 감사들은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김 대표의 해임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전시티즌의 불협화음을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팬들이 없으면 구단의 존재가치도 없다. 대전시티즌의 내홍은 시민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인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