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맞은 장사익 새 앨범 발매…오는 26일 대전예당 공연
9집 ‘자화상 七’…윤동주 시 모티브
“음악하며 앞만 보고 걸은 길 돌아보고 진정한 내 모습 그려보고 싶었다”
숫자 ‘七’…70살 나이 되새기는 의미 “황혼의 해처럼 세상을 아름다운 색으로”
충남 홍성 고향…대전공연 편안함 느껴

▲ 올해 우리 나이 칠순, 고희(古稀)가 된 소리꾼 장사익이 새 앨범을 내고 오는 26일 대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장사익 제공

소리판 위의 음유시인 장사익(70·사진) 선생의 외길인생은 시간이 흘러도 한 자리에 머무는 묵직한 고목을 닮았다.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많이 녹아있다고 평가되는 그의 소리판은 희로애락 그 자체다.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꽃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어오며 더욱 곰삭은 장사익 선생의 소리는 한층 농익어 있다.

올해 우리 나이 칠순, 고희(古稀)가 된 소리꾼 장사익은 인생의 마지막 열매를 맺으려 한다. 현재 전국 순회공연 중인 그에게 오는 26일 대전 공연을 앞두고 새 앨범 이야기를 들어봤다.

-4년 만에 앨범을 냈다. 올해 칠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환갑(60세)때 만해도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그런데 올해 앞자리가 7이 되니 이제야 내가 아버지 세대가 됐다는 걸 체감했다. 9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야구경기로 9회 말까지 2회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현재 7회 경기 중인데 그동안 지고 있었다면 역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 혹 이기고 있었다면 점수를 지켜서 9회까지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종반전을 치루는 나로서 하루하루가 그저 소중하고 의미있다. 앨범 타이틀 제목 ‘자화상’ 뒤에 ‘칠(七)’을 붙인 이유 또한 올해 칠순이 됐고, 7이 행운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황혼의 해가 가장 아름답듯 70살이란 나이는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색을 칠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새 앨범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앨범을 그동안은 늦어도 2~3년에 한번 씩은 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모든 게 느려진다. 그래서 4년이나 걸렸다. 매번 일상처럼 내는 앨범이지만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특히 소중하다. 이번 9집 앨범 <자화상 七>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우리는 살면서 늘 거울을 보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진정한 내 모습은 잘 보지 못한다.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평생을 부끄럽고 부족하다고 느껴 세월을 살다보면서 앞만 보고 가게 된다. 그런데 가끔 호흡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현재 서 있는 자리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내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나라는 존재의 겉면과 이면 모두를 진정으로 수용하고 사랑할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 올해 우리 나이 칠순, 고희(古稀)가 된 소리꾼 장사익이 새 앨범을 내고 오는 26일 대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장사익 제공
-24년 소리꾼의 인생은 어떠한가.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흔한 과일도 잎사귀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 인간에게 제공한다. 우리 인생 역시 잎도 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게 된다. 누구나 이런 시기가 있고 그 열매엔 분명한 이유도 있다. 나 역시 노래하는 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청중들이 내 노래에 위안과 치유를 받아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랬으면 한다.

-고향이 홍성이라고 알고 있다. 전국 순회를 하고 있지만 대전 공연은 특히 남다를 것 같다.

“고향이 충남 홍성군 광천읍이다. 대전공연을 할 때마다 마치 고향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고향 분들이 많이 오시고 갈 때마다 그 어느 지역보다 뜨겁게 맞이해 주신다. 1994년 데뷔하고 지금까지 대전공연만 13~14회 정도 한 것 같다. 이번 공연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대전공연을 찾아주실 관객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 여름 무척이나 무덥고 힘들었지만 모두들 슬기롭게 이겨냈다. 그래서 맑은 가을 하늘이 특히 푸르고 좋았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금세 추운 겨울이 왔다. 이게 바로 인생인 것 같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바쁜 일상 잠시 멈추고 공연을 보시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새로운 기운으로 내년을 힘차게 맞이하셨으면 좋겠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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