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취향 세분화 속 미지의 세계 대한 호기심 충족"

▲ [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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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어 '프리스트'…첫눈에도 식지 않는 엑소시즘 열기

"드라마 취향 세분화 속 미지의 세계 대한 호기심 충족"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공포의 강력한 전제 조건은 '익숙하지 않은 것',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가을 안방극장의 수은주를 훅 떨어뜨린 OCN '손 the guest(더 게스트)'도 기존 드라마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법인 엑소시즘을 정면으로 내세워 극한의 공포감을 선물했다.

이 드라마는 영매 윤화평(김동욱 분)을 주축으로 한 샤머니즘과 구마사제 최윤(김재욱)을 내세운 엑소시즘, 강길영(정은채)의 범죄 수사를 버무려 독특한 색채를 구현했다.


여러 장르를 결합하다 보니 영화 '곡성'과 '검은 사제들', 그리고 인기 수사극을 한눈에 감상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낳았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성인 시청자, 특히 30대 여성 눈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4%대(닐슨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화제성은 그 이상이었다. 방송이 끝난 지금까지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박일도'를 언급하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쪽 바다 깊은 곳에서 온다는 귀신 박일도는 그 본질이 잘 보이지 않고, 매번 이리저리 다른 사람에게 들러붙기 때문에 좀처럼 그 모습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약한 마음속이라면 언제든 파고들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빙의'라고 윤화평은 설명한다.

음습한 배경에 눈이 뒤집힌 좀비,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들보다도 무서웠던 건 약해지면 언제든 빙의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불안함이었을 것이다.


박일도의 공포가 수그러들기도 전에 탄력받은 OCN은 연이어 엑소시즘을 테마로한 드라마 '프리스트'를 내놨다. 구마에 의학드라마를 더한, 한 단계 진화한 버전의 엑소시즘극이다.

시작부터 '손 더 게스트'와 끊임없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손 더 게스트' 때보다 훨씬 추워진 겨울 날씨에도 1·2회 시청률이 2%대(TNMS)를 기록해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40대 여성 시청률은 2회에서 3.5%까지 찍었다.

이 작품은 '손 더 게스트'와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강렬한 장면을 연이어 방송했다. 특히 라틴어를 동반한 서양 구마 의식을 짧지만 강렬하게 그리면서 '손 더 게스트'에 비해 좀 더 서양 엑소시즘극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문기선(박용우)과 오수민(연우진), 구마사제가 두 명 등장하면서 구마 의식을 좀 더 풍부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안겼다.

다만 초반에는 의사인 함은호(정유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엑소시즘 테마는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아 이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남부 카톨릭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초현실적 현상들을 현대 의학과 구마의 관점에서 어떻게 융합해 풀어낼 것인가가 작품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추운 겨울 문턱에서도 엑소시즘 열풍이 식지 않는 배경으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충족'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황혜정 OCN 국장은 2일 "그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 장르는 악령의 존재와 그들과 교감하는 사제, 영매 등 현실이 아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한다"며 "자극적이지만 잘 만들어진 비주얼도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황 국장은 이어 "공포극은 불안한 사회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이데올로기를 내포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요즘 각박한 현실 정서와도 맞닿는 것 같다"며 "부마자들의 스토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선악과 사회 현실에 대한 고찰도 들어있어 공감을 얻기에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로맨스, 현실 공감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이러한 요소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고, 젊은 시청자의 취향이 세분된 가운데 소위 '가지고 놀기 좋은' 콘텐츠로 디지털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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