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2 빨리 온 겨울 - 4편
아버지 죽음 후 수급비 반토막
팍팍한 삶…할머니 시름 깊어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수급비가 반토막이 났다. 하마터면 장례식도 치루지 못할 뻔했다. 이웃 주민을 통해 십시일반 빌려 간신히 장례비용을 마련했다.

다해(15·가명)네 가족 중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로하신 할머니와 아버지 간호로 대학을 중퇴한 이복오빠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4인가족 기준으로 100만원 조금 넘게 받아왔던 기초생활수급비는 이제 50만원으로 줄었다.아버지는 사망처리 됐고 간병비도 자연스럽게 깎였다. 그간 병간호로 감안된 오빠 정(24) 씨는 근로능력이 있는 성인으로 인정돼 수급비를 받지 못한다.

할머니 신(76) 씨는 고혈압과 당뇨에 하루도 약 없이 버티기 어렵다. 조금씩 모아온 폐지도 이제는 버겁기만 하다. 이들 가족에겐 가장의 죽음을 오롯이 슬퍼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하루 하루 놓여진 시간을 버티는 것처럼 사는 것도 힘에 부친다.

어린 다해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엄마가 두 살 때 집을 나가고 평생을 받지 못하는 엄마의 사랑을 항상 그리워했다. 아빠 마저 다해 곁을 떠나며 심장 한 쪽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다. 세상에 버려진 것만 같은, 내 편은 처음부터 존재 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허한 우주에 떠 있는 듯 허망할 뿐이다.

그런 손녀딸을 보는 할머니 신 씨는 함께 무너진다. 사나운 팔자라며 하늘을 원망하는 것도 지친다. 한 달에 수급비 50만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냉혹한 현실도 몸서리처질만큼 춥다.

할머니는 그래도 남은 힘을 끌어 모은다. 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보호자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할머니 신 씨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지만 저거하나 때문에 내가 눈을 못 감는다. 나라도 있어야지 나마저 없으며 저 어린것이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도 하기 싫다”며 “대학갈 때까지 만이라도 대신해서 부모 노릇하려면 내가 건강해야 할 텐데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후원계좌=기업은행 035-100410-01-833(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후원 문의=042-477-4072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