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지난 24일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72회 정기연주회는 캐럴의 축제라는 제목에 걸맞게 미리 성탄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후반부에 등장한 브리튼의 ‘캐럴 전례(A Ceremony of Carols)’가 연주회 전체를 상징하는 매우 비중있는 콘셉트였고, 현대적 기법으로 작곡돼 다소 생소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곡을 관객이 들을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첫 곡 살베 레지나에서 울린 품위있고 잔잔한 음색은 관객을 즉시 성탄의 거룩한 분위기로 이끌었고,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이름만으로 가사를 지어 만든 노래는 소리지르는 기법과 유쾌한 동작으로 합창곡이 지닌 다채로움을 생생히 전달했다. 한 곡 한 곡이 모두 개성있고 합창단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역시 핵심은 브리튼(1913~1976)의 캐럴 전례였다.

브리튼의 대표작 캐럴 전례는 영국음악에서 중요한 합창과 청소년과의 소통을 강조한 브리튼 최고 걸작 중 하나이다. 행렬을 포함해 총 11곡으로 옛 그레고리오 성가가 입, 퇴장 때 등장하며, 오직 하프로만 반주해 직접 경건한 성탄 전례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이 보여준 음악성과 표현력은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모든 곡을 악보 없이 해낸 합창단과 지휘자의 노고에 깊은 감동이 있었다.

반면 게스트 가수 조성모의 초청은 전체 캐럴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

충분히 대중적인 캐럴을 부르며 캐럴의 축제라는 멋진 취지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본인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갑자기 대중음악 공연장이 됐다. 분위기 전환보다는 캐럴의 여운이 사라지는 아쉬움이 컸다.

연주는 성공적이었으나 게스트 무대는 합창단이 핵심 레퍼토리 확대와 홍보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이끌었다. 즉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캐럴 전례 무대는 다각도로 찍은 영상을 만들어 유투브나 영상프로그램에 올릴 수 있는 실력과 품격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통해 합창단의 위상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 단순히 연주를 확장하는 일보다 더 가치있음을 일깨워준 음악회였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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