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가 가혹하다고? 피해자들은 더한 '고통 대물림'

 

 

 

▲ 마이크로닷. 연합뉴스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 그렇다.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 자신은 더한 벌을 받게 될 거란 말이다. 결국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과 같다. 요즘 그런 말들이 더욱 와닿는다. 래퍼 마이크로닷 사태를 보면서 말이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20년 전, 고향 제천에서 이웃·친척들에게 거액을 빌리고 야반도주했다고 한다. 그 피해자엔 죽마고우뿐만 아니라 형제도 있었다.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괘씸죄도 더해졌다. 마이크로닷은 인기 예능 '도시어부'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뉴질랜드에 있는 부모와 식당을 공개했다. 과거를 잊고, 뻔뻔히 방송에 출연한 셈이다. 또 마이크로닷은 부모가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었다. 그래서 2년간 수제비만 먹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코스프레'가 따로 없다. 피해자들은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았다. 마이크로닷이 쓴 가사도 문제가 됐다. '엄마는 사장님 운영하지 제일 핫한 한식 Buffet, 아빠도 사장님 작년에 10억의 매출을 확 넘겼네'란 내용이다. 그야말로 '돈 자랑'이다. 피해자들이 봤을 땐 천인공노할 일이다.

☞벌을 받을 차례다. 처음엔 '사실무근'이라던 마이크로닷은 꼬리를 내렸다. 인정하고 사과했다.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제천경찰서도 수사를 재개했다. 인터폴에 공조 요청까지 했다. 물론, 그들이 어떠한 벌을 받아도 피해자들은 보상받을 수 없다. 피해자들 중엔 신용불량자, 암 환자 심지어 생을 마감하신 분도 있다. '시골 인심'으로 베풀었던 호의가 칼날로 돌아왔다. 믿음을 배신으로 받았다. 마이크로닷에겐 새 별명이 생겼다. '마을돈끌어닷, 훔친 수저'다. 누군가는 '연좌제'라 가혹하다 말한다. 부모의 잘못을 자식이 짊어졌단 거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더한 고통을 대물림했다.

☞미투에 이어 '빚투' 바람이 분다. 연예인 가족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래퍼 도끼의 모친은 1000만 원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도끼는 '한 달 밥값'에 불과하다며 경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가수 비의 부모도 2300만 원 채무불이행 의혹이 제기됐다. 마이크로닷 사건이 기폭제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OECD 사기 범죄율 1위 국가다. 외국에서도 한국인은 한국인에게 사기를 친다는 말이 있다. 우린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사람만 봐도 반가워한다. 아마 이렇게 정이 넘치는 민족임을 악용해서가 아닐까. 인간미 넘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린 기억해야 한다. 발등을 찍는 건 '믿는 도끼'라는 것을.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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