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석 가톨릭관동대 교수

최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사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이 얼마나 격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의 갈등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방식과 관련해 향후 대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는 기존에 활용되던 재지정의 방식이 아닌 공모의 방식으로 도매시장법인을 지정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조례안이 통과되면, 현재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은 지정기간 만료 후 재지정의 방식이 아닌 공모제의 방식으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대전시의 입장은 농안법의 해석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지정 혹은 재지정의 법적성질에 대한 논의이다. 지정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눠질 수 있다. 행정사무를 민간이 위탁을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정과 민간사무에 처리와 관련된 권리설정행위로의 지정이 그것이다.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농수산물도매시장제도가 경쟁매매를 통해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고, 생산자와 도매시장법인의 직접 거래를 통해 유통과정의 단축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대법원 2004도6846판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도매시장법인 등에 대한 지정은 후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기존의 도매시장법인은 재지정과 관련해 보호이익을 누릴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는 농안법이 재지정과 관련한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존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은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법률상 이익이 있는가, 혹 법률상 이익이 존재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 기존의 농림부가 2007년에 제시한 ‘농수산물도매시장 업무규정 표준(안)’은 이와 관련한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기반으로 조례 등의 방식을 이용해 내용상의 큰 차이 없이 재지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지정의 기준은 대부분 도매시장법인의 지정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농안법 제23조 및 도매시장법인의 경영관리의 평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농안법 제77조와 연동돼 있다. 또한 이러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새로운 도매시장법인이 요청되는 경우에 한 해 공모절차를 통한 신규법인을 지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일반적인 규정의 태도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지정기간을 두는 것은 지정기간이 만료되면 공모의 방식으로 새로운 도매시장법인을 지정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라기보다는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경영관리를 하지 못하는 도매시장법인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도매시장법인을 공모함으로써 도매시장의 효율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한도에서 도매시장법인은 보호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세력과 소비자 쪽으로 분산하는 세력을 구분하고, 도매시장법인을 전자의 세력에 포함시켜 해석하고 있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세력은 단일한 도매시장법인의 선택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도매시장법인은 같은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 시장도매인 그리고 대형유통업체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매시장법인들은 각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출하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단기간에 확보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전시의 이번 입법예고는 법률의 해석과 현실을 도외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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