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2 빨리 온 겨울 - 3편
두 번의 결혼실패… 배다른 남매, 10년 투병끝에 올해 7월 하늘로
남겨진 책임은 할머니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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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엄마 없는 어린 딸과 노모를 두고 먼저 가는 심정은 오죽했을까.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아버지 정 씨의 눈에 밟힌 것은 역시 다해(15·가명)다. 두 살때 집 나간 다해의 엄마는 소식이 끊긴지 이미 오래. 아버지 정(가명) 씨 마저 세 달전 10년 간 투병생활로 세상을 떠나게 되며 이제 다해가 의지할 사람은 할머니 뿐이다.

아버지는 살아 생전 그저 죄인이었다. 못난 아버지이자 죄스런 아들로 한 평생을 살았다. 두 번의 결혼실패는 그의 영원한 꼬리표였고 배 다른 자식들은 그에게 남겨진 책임의 무게였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연로하신 어머니의 손엔 항상 폐지가 들려있었다.

엄마의 빈자리 역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특히 한창 예민할 나이 사춘기에 접어든 다해에게 엄마의 부재는 아버지 정 씨에게 크나큰 숙제였다.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뒷바라지는 고사하고 하늘은 이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정 씨는 수년간 괴롭혀온 당뇨와 고혈압은 합병증을 불러왔고 급기야 신장투석에 이르렀다. 2010년부터 10여년간 투병을 해온 정 씨는 늘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했다.

다해의 이복오빠는 다니던 대학도 중퇴하고 24시간 아버지 곁에서 간호를 도맡았다. 그런 지난 7월 오랫동안 옆에 있어주길 간절한 가족들의 바람도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며 끝이 났다.

현실은 냉혹했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슬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동안 밀렸던 병원비와 아버지의 사망으로 반 토막난 수급비는 다해와 할머니의 목을 졸라왔다. 할머니 신 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재산포기각서를 통해 상속을 막았지만 여전히 앞날은 캄캄하다. 대학을 중퇴한 손자는 군 입대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다해를 먹이고 가르칠 생각에 무거운 한숨을 토해낸다.

할머니 신 씨는 “아들이 눈 감는 그날까지 다해를 걱정하다 갔다. 저 어린 것을 놔두고 먼저 가는 그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마음을 추리기가 몹시 힘겹다”며 “고혈압과 당뇨도 유전성이라 내 병을 물려줘 아들을 먼저 보내게 된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30일 마지막 편>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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