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 골령골·중동지역 재탄생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등 대전지역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 전시가 막을 내리며 지역사회에 묵직한 여운을 주고 있다.

최근 전시가 종료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은 대전의 가슴아픈 근대 역사를 예술적 가치로 재해석하며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잠재돼 있는 대전의 문화적 자산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발굴 및 투영해 대전의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4년째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대전 산내 골령골과 대전 중동 두 지역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했다. 먼저 산내 골령골은 정윤선 작가를 통해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이라는 설치미술로 재구성됐다. 컨설팅, 멘토링 프로그램, 리서치 등을 통해 대전의 아픈 근대 역사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정 작가의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사진>’은 비극적 기억과 상흔들로 연결된 두 지역인 중구 중촌동과 동구 낭월동을 배경으로 한다. 이데올로기가 강제한 희생인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삶으로 공유하고자 했다.

앞서 열린 개막식엔 산내 골령골 희생자 유족 문양자(74) 씨도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현대성’을 앞세워 지속된 인권유린의 일상 속에서 특히 한국전쟁 당시 참혹한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추적했다.

콜렉트(김재연·권순지 작가)의 ‘불난 집’은 대전 중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한 여성에 의해 불이 난 집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김재연과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권순지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중동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동은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만들어져 흥했던 동네지만 현재는 지워진 듯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는 공간이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를 주제로 지금까지 기록화 되지 않았던 중동의 이야기를 모으고 사진으로 시각화 했다. 이번 전시는 대전 근대 역사의 아프고 굴곡진 모습에 대해 예술작품으로서 재발견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했으며 지난 8일 개최해 9일간 전시 뒤 16일 막을 내렸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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