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정상화 첫날… 곳곳 지뢰밭]
법정 처리시한 열흘앞 ‘속도전’ 남북협력기금 등 진통 예고
여야정 협의체 이행 첫 회의, 예산소위 ‘날림 심사’ 우려

▲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 안상수 예결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정기국회 정상화 첫날인 22일 상임위원회별 법안심사와 막바지 예산심사에 착수했다.

여야가 전날 정상화에 합의하기 전까지 일주일가량 국회가 멈춰 있었던 터라 법안·예산 심사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이 열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고, 법안 처리를 위한 지난 15일 본회의 무산으로 '국회 통과'를 대기하고 있는 민생법안이 산적한 상태다.

어렵사리 재개된 법안·예산안 심사과정에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유치원 3법, 부동산대책 후속조치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핵심 법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데다,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 여야가 충돌하는 예산 쟁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상임위가 이날 정상적으로 가동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한 법안심사에 속도가 붙었다.

당장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국토위원회는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들을 상정·심사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개최, 가명정보(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 개념 도입과 이용범위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여야가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일명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선 쌀 목표가격을 다루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심사 대상이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청원소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소개한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폐기 및 재협상에 관한 청원' 문제를 다뤘으나, 논의 끝에 일본 측의 실행 불가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 즉 입법 TF(태스크포스) 회의도 이날 오후 3시 처음으로 가동된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당초 지난 12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실무협상을 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등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그동안 열리지 못했다.

여야 3당은 아동수당 100% 확대 법안과 영세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우대를 위한 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칼질'도 시작됐다.

여야 의원 16명으로 구성된 예결위 예산소위는 오전 감액 심사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위원 정수를 둘러싼 여야 간 진통으로 당초 예정보다 일주일 늦게 예산소위 가동이 시작된 것으로, '날림 심사' 우려가 있으며, 나아가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소위는 우선 예산안의 감액을 논의한 뒤 증액 심사에 나선다.

예산소위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부처의 예산을 첫 심사대상에 올렸고, 이어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순으로 심사가 이어진다.

법사위 소관 예산심사에서는 여야 충돌로 의결하지 못한 채 예결위로 넘긴 법제처 예산안을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법제처 내 법령해석심의위의 예산을 놓고 마지막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외통위 소관 부처 예산의 경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를 놓고 심사과정에서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법안·예산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기선제압을 위한 여야 간 기 싸움도 펼쳐졌다.

특히 여야가 정기국회 이후 실시하기로 한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놓고 신경전이 날카로웠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고용세습, 채용비리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야당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고용세습 국정조사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 문제와 직접 닿아있는 사안"이라며 "강도 높은 국조를 통해 반드시 숨은 적폐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고용세습과 채용 비리는 악질적 병폐로 국정조사를 통해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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