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윤미래에게 미안…'K-합' 세계에 뻗어 나가길"

▲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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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 "음악 관두고 떡볶이 장사할 생각했다"

"고생한 윤미래에게 미안…'K-합' 세계에 뻗어 나가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힙합 대부' 드렁큰타이거(본명 서정권·44)가 목숨 같던 음악을 관두려 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국내에서 힙합이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던 1990년대 힙합을 주류로 밀어 올린 그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떡볶이 장사를 하려 했다"는 고백에 좌중은 고요해졌다.

그는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과 절연하기로 한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드렁큰타이거는 1999년 척박한 국내 힙합 시장에 첫발을 뗀 이후 후배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이민 갔다 돌아온 타이거JK가 DJ샤인과 꾸린 팀으로, 2004년 DJ샤인이 탈퇴하며 사실상 타이거JK가 홀로 이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3년 정규 9집 '살자' 이후 정규 앨범을 내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 서병후 씨로 2014년 별세), 소속사와의 분쟁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쳤다.

"정신적으로 폐인이었어요. 아침에 소주 두 병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죠. 현실이 너무 싫었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게 다 제 잘못 같았죠. 윤미래(아내)라는 엄청난 가수가 저를 만나서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고생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음악 그만두고 정신 차려서 일해야겠다 싶었어요. 우리 집 앞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쭉 붙어있는데 떡볶이를 만들어서 팔까 고민했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그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2013년 래퍼 비지, 윤미래와 결성했던 팀 MFBTY로 활동을 재개한 것. 당시 낸 싱글 '살자'의 제목처럼 살기 위해 만든 팀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했던 인터뷰들은 다 가식이었어요. 'MFBTY를 왜 만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다른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어서요'라고 점잖게 답했지만, 사실 먹고살 방법이 그거밖에 없기 때문이었어요. 비지도 소속사에서 쫓겨났고, 우리 셋이 먹고살려면 MFBTY로 행사하러 다녀야 했으니까요. 유통사에 돈을 빌려 곡을 만들고, 그걸로 행사 다니며 돈 벌어 갚고… 이런 생활의 반복이니까 앨범을 만들 상황이 아니었죠."

고난의 연속에도 힙합을 놓지 않은 건 음악을 떠날 수 없어서였다. 1999년 1집 수록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 이제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 해'라고 호령한 자신감도 그런 뿌리 깊은 사랑에서 나왔다.

"그 노래가 나오기 전에 제 랩에 관심이 있다는 굉장히 유명한 대형 기획사에 끌려간 적이 있어요. 평론가, 전문가, 기획사 사장들이 쭉 둘러앉아서 '서봐, 한 바퀴 돌아봐, 점프해봐, 개인기가 뭐야? 옷 벗어봐. 쌍꺼풀 수술해야겠다. 드렁큰타이거는 프로레슬러들이나 쓰는 이름이니 바꿔라' 하더라고요. 당시 국내 인기 댄스그룹의 노래를 틀면서 '이런 게 정통 랩이지'라고도 했죠."

데뷔 후 영광이 아픔이 교차한 20년을 살아낸 타이거JK. 그는 지난 14일 정규 10집 'X : 리버스 오브 타이거JK'(X: Rebirth of Tiger JK) 발매를 끝으로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더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배들은 그를 향한 존경을 담아 앨범에 함께했다. MC메타와 도끼, 방탄소년단의 RM, 엠넷 '쇼미더머니' 스타인 슈퍼비와 주노플로 등 국내 힙합 그라운드를 누비는 래퍼들이 대거 참여해 기념비적인 힙합 컴필레이션으로 완성됐다.

RM은 작업 과정에서 "선배님이 힙합을 위해 노력해주신 것,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을 알리는 거니까 힘내시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RM이 피처링한 곡 '타임리스'(Timeless)는 미국 아이튠스 '힙합/랩 송차트'와 'K팝 차트',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메인 팝차트 상위권에도 진입했다.

앨범 부제를 'Rebirth'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타이거JK는 한참을 고민하며 단어를 골랐다. 이어 "후배들이 한국만의 힙합, 'K-합'을 만든다면 그게 제게도 부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미래, 주노플로, 마샬 등이 소속된 힙합 레이블 필굿뮤직을 이끌고 있다.

"아버지께 물려받은 조용필, 신중현, 바니걸스, 펄시스터즈의 LP판들을 수없이 들었어요. 우리에겐 '음악 같은 음악'이 소름 끼칠 만큼 많거든요. 이런 걸 샘플링하면 바로 한국 힙합이겠다 싶었어요. 힙합 커뮤니티에선 '뽕'스럽다고 욕먹기도 했지만 전 지키고 싶어요. 지금까지 한국 힙합은 미국 본토에서 온 흉내 낸 무언가였지만, 앞으로 미래는 'K합'일 거예요. 해외에서 K팝을 고유한 장르로 인정하는 것처럼요."

타이거JK는 이제 드렁큰타이거라는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보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윤미래의 남편, 조단이의 아빠로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가사를 쓰진 않을 예정이다.

"어떤 시스템을 비판하려면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해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그룹이 들으면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제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을 멋지게 남기고 싶어요. 타이거JK로서 할 말은 차츰 찾아봐야겠죠?"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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