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 뛰어내려 숨진 사건이 최근 인천에서 있었다. 동급생인 동네 친구들은 빼앗았던 물건을 돌려준다며 피해자를 옥상으로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나 구타가 심했으면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미뤄 짐작이 간다. 더욱이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이 숨진 피해자의 점퍼를 입은 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이동하는 장면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속적인 학교폭력 예방활동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폭력의 정도 또한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학생 399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피해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인 5만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교육부가 얼마 전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과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학교생활에 잘 적응은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은 피해 이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학생의 사과나 보상을 받았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푸른나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전국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66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지나칠 일이 아니다. 피해학생이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더 큰 문제다. 숨진 인천의 중학생은 장기간에 걸쳐 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 중에는 도움을 요청해봤자 별 도움이 안 돼 혼자서 끙끙 앓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마련이 그래서 긴요하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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