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우리 아이들은 중국기업에서 일하게 될까?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11월 22일 18시 33분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경영학박사)

“여러분의 자녀 또는 손주들은 대부분 중국기업에 취업하여 일하게 될 것입니다.” 몇 년 전, 중국 6대 도시의 투자유치 성공사례 현장방문 시찰단에 참가해 우리 일행을 안내하였던 가이드로부터 들은 충격적인 말이다. 중국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한국기업과의 M&A(인수합병)를 통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을 과장해 이야기 한 것이지만, 이후 내내 그 한마디는 무거운 돌 덩어리가 되어 마음 한 구석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대전테크노파크 해외마케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술기업 13사 27명의 임직원과 지역대학교 해외전시회참가 인턴쉽 참여대학생 25명 등 총 52명의 방문단과 함께 중국의 심천(Shen-chen) 하이테크페어(China Hi-Tech Fair)에 7박 8일(11월 12~19일)간 중국의 첨단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기회를 맞이해 오랜 기간 품어왔던 질문에 해답을 찾고 싶었다.

무려 9개의 대규모 전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의 첨단기업과 지원기관들의 굴기를 반 바퀴도 돌아보기 전에 필자는 “그 가이드의 말이 사실이겠구나!” 라는 절망감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한 마디로 “체제는 건드리지 마라. 기술로 먹여 살려 줄게”라는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선명히 읽을 수 있었다. 중국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최첨단의 기술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와서 세계의 생산공장의 지위를 계속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심천전시장에 내 놓은 중국 기술기업들의 제품에 담겨있는 성능과 디자인은 우리나라 제품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었고, 상담하러 오는 바이어들은 한국 제품 그 자체보다는 온통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수년간 한국기업의 전시를 대행해 온 현지기관 직원의 말에 따르면 3년전까지 한국 공동전시구역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부스가 부서질 정도였으나 작년부터 방문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또 전시물의 주요 포인트가 작년까지는 드론, 로봇이었으나 금년에는 VR(가상현실), 바이오, 헬스 등으로 이전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기술과 성능수준은 우리가 약간 앞서는 것으로 판단되나, 문제는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가 투자 자본력과 구매 시장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데 있다. 결국 기술수준이 동등하게 되면 대규모 생산기지를 가진 자와 대규모 시장을 확보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경제의 법칙이다.

“이대로 기술한국은 3류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심천하이테크페어’에서 나름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중국과 일본이 도저히 쉽게 따라올 수도 없고, 흉내도 내지 못하며, 단기간에 급성장이 불가능한 분야… 바로 ‘컨텐츠’이다. 한국의 컨텐츠 관련 부스에는 방문객들로 빈틈이 없었다.

제품의 성능은 기술과 컨텐츠로 구성되는데 기술로 제품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금방 한계에 다다르지만 이후 확장성은 컨텐츠의 영역이다. 한국의 자유롭고 개방되어 있으며 치열한 경쟁환경은 컨텐츠 분야가 성장하기에 매우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철저한 개인주의 비밀주의 문화이고, 중국은 통제주의 과시주의 문화이므로 우리와는 다르다. 지난해 일본 동경 로봇전시회에 기대를 갖고 참관하였지만 실망하고 돌아온 이유도 일본로봇의 동작과 매커니즘은 탁월하지만 보여주는 컨텐츠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기업 네이버의 '라인'이 일본 메신저 시장을 점유하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컨텐츠였다.

최고화질의 카메라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은 별개의 문제이듯이 이제부터 우리는 기술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컨텐츠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지역의 중소기업은 내 기술과 제품에 어떤 컨텐츠를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정부는 컨텐츠 산업육성과 생태계 조성에 더욱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에게 ‘기술한국’도 중요하지만 ‘컨텐츠한국’으로 성장과 도약에 더욱 매진하면 우리의 후손들은 결코 중국기업에서 일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http://www.c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