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일찍 발달한 영국속담에 ‘유권자는 선거일에만 자유롭다’는 말이 있다. 대표하는 자와 대표되는 자 사이의 불일치. 대의민주주의 형식과 현실에서 오는 간극이다.

청주시의원들이 올해도 여지없이 의정비 인상 카드를 들고 나왔다. 청주시의회를 포함한 충북 시·군의회는 지난달 의장단 회의에서 의정비 인상을 결의했다. 공무원 5급 20호봉에 달하는 월 423만원 수준이며, 평균인상률은 47.4%에 달한다.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정도면 유통업계의 대규모 할인 이벤트처럼 연례행사로 봐야 할 듯하다. 매년 이맘때 유권자들은 지방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을 알게 된다. ‘생계형 의원’, ‘의정비가 부족해 지역구를 챙기지 못한다’ 등 나름의 딱한 사정을 주민들에게 호소한다.

그러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유는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지역을 위해 뛰는 일꾼을 위한 대가다.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가 주목적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유급제 이후 지방의회가 ‘전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니 의정비 인상이 추진될 때마다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필연이다.

지난 20일 청주시의회에서는 눈에 띄는 회의가 열렸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의원 등이 의정비 인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의견이 갈렸다. ‘현실적 처우가 필요하다’는 현직 의원들과 ‘자질 향상을 동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나왔다. 한쪽으로 쏠린 시각은 지양한다는 전제하에 두 의견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군 의원들이 받는 의정비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4년짜리 비정규직, 퇴직금과 연금이 없고 국회의원과 달리 후원금을 받기 어렵다. 낙선의 쓴 잔을 마신 뒤에는 활로를 모색하기까지 실업자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의정비 인상을 반대하는 시각엔 의원들의 자질 부족과 ‘쌍주머니’를 꿰차는 겸직 현실 등이 있다.

최근 청주시의회는 의원이 직접 발의한 개정 조례안이 전체 의원들의 표결 끝에 ‘셀프 폐기’되는 일이 있었다. 상위법 상충과 공공이익에 관한 예외 규정 등을 살피지 않은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집행부의 재의 요구 끝에 폐기 됐다. 물론 전체 의원들이 멍에를 쓰면 안 된다. 다만 시·군 의회 의장단이 요구한 평균 47% 인상은 너무 무리한 요청이다. 영동·보은군의회는 어려운 지역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사실상 수용한 상태다.

다음 달 의정비 확정을 앞두고 있는 청주시의회도 모두가 만족하는 혜안을 내놓길 바란다. 지금은 머리띠를 두를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에 노력해야 할 때다.

김용언·충북본사 취재부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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