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부영 한서대학교 교수

한국은 섬나라다. 섬이 참 많다. 무려 3348개나 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다도(多島) 국가다. 크고 작은 온갖 섬을 ‘도서(島嶼)’ 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한자어 ‘도(島)’는 산위에 앉아있는 새의 형상을 표현한 것으로 철새가 바다를 건너가다 섬에서 잠시 쉬고 있는 형국을 나타낸 듯 하다.

최대의 섬 제주도는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데 이어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으로 그 멋과 특색을 뽐내고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울릉도, 독도는 물론 연안에서 가까운 무수한 섬들 또한 각양각색의 특색과 매력이 넘친다. 우리 충남에도 좋은 섬들이 많다, 가고싶은 섬 ‘외연도’, ‘호도’, ‘녹도’ 등은 너무나 아름답다. 충남 서해 끝단에 있는 ‘격렬비열도’는 황금어장이자 국가 영토 측면에서도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보고(寶庫)이다. 국가나 지역적으로 바다와 섬을 중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계역사는 ‘바다의 힘(해양력)’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우리 한반도 고대국가에서도 바다를 중요시한 나라가 늘 한반도의 중심이자 강국(强國)의 면모를 보여 왔다. 백제는 황해를 무대로 해상교류를 넓히고 국력을 키워 ‘해상왕국’이란 명성까지 얻었다. 변방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바다에 눈을 뜨고 중국과 교류를 활성화한 것이 발판이 되었고, 이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를 통해 꽃을 피웠다. 고려 또한 자주적이고 힘있는 국가 면모가 갖춰진 것도 개국(開國) 초기부터 해양력(海洋力)을 국가 통치의 최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다를 대상으로 진취적 기상을 펼쳐 왔기에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조선술이나 항해술 또한 뛰어 났다. 흑산도, 완도, 덕적도, 벽란도, 고군산도 등의 섬에 가보면 국가가 섬을 얼마나 중시하였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과 전통이 조선시대 들어 정반대가 되고 만다. 바다를 멀리하는 ‘해금정책(海禁政策)’과 섬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비우는 ‘공도정책(空島政策)’ 시행 등 바다와 섬을 등한시해 나라가 자주성도 잃고 약소국가로 전락하는 계기마저 되었다. 반도국가가 ‘해양력(海洋力)’을 상실하니 주변국으로부터 침탈까지 당하고.

조선시대 영향으로 아직도 우리에겐 바다와 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이 고대국가 때부터 바다를 중심에 두고 얼마나 개방과 소통과 교류를 왕성하게 영위해 왔는지 잊고 있다. 장점은 놔두고 반도국가 탓만 한다. ‘남쪽은 바다로 막혀 있고 북쪽은 휴전선으로 막혀 있어 뻗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나 시각을 바꿔보자! 지도를 180도 돌려보면 우리 앞에는 광활한 바다가 열려 있지 않은가? 바로 삼국 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이 열린 시각으로 바다를 중심에 두고 국력을 키우며 동아시아의 중심축이 되어 왔다.

3면이 바다이고 세계적 다도(多島) 국가인 우리 나라는 그 자체가 강점이다. 더구나 우리는 ‘동아시아 지중해의 허브’에 위치해 있지 않은가? 열린 기상으로 바다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자. ‘21세기 해양의 시대’, 그 곳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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