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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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유아인 "자꾸 욕먹는 사람 만들지 말아주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번 작에서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마' 이 대사를 가장 좋아해요. 돈 벌면 좋지만, 전부는 아니잖아요. 부자라고 전부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이 돈이 얼마나 눈먼 돈이고, 회한과 눈물이 들어있는 돈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한 대사라고 생각해요."

유아인은 매력적인 배우다. 연기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행동, 일부 안티팬과의 설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런 그가 1997년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관객을 찾아왔다. 이번 작에서 그는 위기에 베팅하는 금융맨 '윤정학' 역을 맡았다.

극 중 윤정학은 외환위기가 닥치지 달러 사재기부터 시작해 풋옵션(주가가 내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금융상품), 강남 부동산 싹쓸이까지 갈수록 판을 키워가며 꼼꼼하게 잇속을 챙긴다.

그러나 21일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금융상품은 전혀 모르고, 돈벌이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말 부자들을 만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아요. 경기가 어떻고, 집을 더 사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가져도 가져도 불만인 것 같더라고요. 이런 분들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올해 32살인 그는 외환위기 당시 11살에 불과했다. 당연히 외환위기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다. 영화 속 뉴스 자료 화면을 보고 당시를 떠올리는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점을 묻자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세상을 직시해야 할 때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돈을 대할 것인가 하는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극 중 윤정학은 주된 이야기에서 살짝 비켜서 있는 인물이다. 주인공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유아인에게 "더 돋보이는 역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작품에 참여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유아인은 "즉각적인 사랑과 주목을 받는 것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배우로서의 의지고 목표"라며 "이런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여성 캐릭터가 끌고 나간다는 자체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지난해 일부 여성주의자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설전을 주고받아 '여성 혐오주의자'로 몰린 바 있다. '당시 사건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 사건과 연결짓지 않더라도 작품이 신선했어요. 저는 어느 한쪽 편이 아니고 조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보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는 이어 농담조로 "저를 자꾸 욕먹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며 "아주 많은 관객이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고, 여기 앉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천성을 지녔다. 문자메시지의 알림 설정을 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항상 무음으로 해놓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휴대전화에 얽매여 있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실제로 문자에 답을 보낼 때는 '늦어서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만 얽매이고 싶어요. 이렇게 살아도 배우 일 하는 데 크게 지장 없었잖아요."

그는 선택하는 작품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았다. 멜로 드라마를 찍어도 평범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 20살 연상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행보 때문에 '유별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실 억울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마음과 싸우죠. 억울한 마음보다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 남들 눈에 드는 인생보다 내 인생을 살고 싶다. 그 승리를 남이 아닌 나에게 안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차기작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될 예정이라고.

"약속 때문에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내년 초에 재미있는 사건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혼자라면 마구 말하겠는데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일단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아니고요. 그간 보여드리지 않았던 형식의 작품을 함께 연출·기획하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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