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의심·당내 타격 등 분석
정국 주도권 약화 불가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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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혜경궁 김씨' 파문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강하게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버럭 총리'의 모습이 재현됐다.

이 대표는 파문과 관련해 이 지사 출당 등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들 해. 그만들 하라니까"라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손으로 밀치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이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동시에,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과민 반응까지 나타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관계를 의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으며,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은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 지사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 대표가 이 지사한테 아주 큰 신세를 졌거나, 아니면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런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지사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조직 및 단체들은 이 대표를 적극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 지지 세력들이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도왔다는 것은 이미 정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대표의 과민 반응은 이 지사 논란으로 당내에 가져올 타격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당내에 다양한 대권 주자들을 키워 차기 대선과 관련해 일종의 흥행을 불러일으킬 구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림이 많이 망가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이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전당대회 후보 시절부터 이 지사 논란과 관련해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을 펼쳐왔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은 일찍이 이 지사를 당내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의 이런 신중론은 '친문'으로 불리는 세력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당 대표 토론회에서 이 지사 수사와 관련해 "유권자의 많은 지지를 얻어 당선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해버리면 그때부터 내분이 생긴다"고 밝혔다.

한편 야당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총회를 통해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토론회에서 혜경궁 김씨와 관련해 이 지사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히면서 "이 대표에게 하루의 시간을 드릴테니 직접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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