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길주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지사장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9만 40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4000여 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4개월째 1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97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만 9000명(8.9%) 올랐다. 13년 만의 최악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청년층 실업률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졸 미취업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취업재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취업과정은 특성화고나 대학교 또는 기타 직업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외국어 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스펙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치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학교 교육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제 기술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방안으로 2013년 말부터 독일·스위스 도제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현재 이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에 5년 동안 정부에서 지원한다. 훈련기간 훈련비와 학습근로자 지원금 그리고 기업에 맞는 프로그램개발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훈련프로그램은 기업실정에 맞게 설계해준다. 기업규모별로 상시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인 경우에는 단독기업형으로, 50인 미만 20인 이상의 기업인 경우에는 공동훈련센터형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참여기업의 특성에 따라 자격연계형과 학위연계형으로 나눠지며 학위연계형은 대학과 연계해 2~4년 기간교육을 이수한 후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올해 4년차를 맞은 일학습병행제에는 올해 10월말 현재 1만 3347여 개 기업과 7만 3820여 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은 신입직원의 이직율과 재교육비가 감소하고 신규 인력채용이 수월해졌으며 학습근로자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 한 특성화고는 일학습병행제 참여 후 학생들과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취업률도 이전의 50%수준에서 70%까지 상승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기업은 현장 중심의 교육이 진행되면서 사원 간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며 조직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시기에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미래에 대비하는 것도 기업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 아닌가 한다.

일학습병행제의 성패는 무엇보다 기업CEO의 의지에 달려있다. 기업의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습근로자의 훈련을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신입직원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기업의 핵심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일학습병행제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일학습병행제법(가칭) 입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 입법으로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확립돼야 할 수 것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제도는 15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일학습병행제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유럽의 도제제도처럼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신입직원을 자체 양성해 기업과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인재로 양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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