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기자’로 활동하던 2012년 이맘때로 기억한다. 교육기관이 주 출입처였던 기자는 아산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한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취재를 마치고 귀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도의회 교육위원이었던 김지철 현 충남도교육감이 기자에게 잠깐 화장실에서 보자 했다. 그곳에서 김 위원은 “이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주면(공개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품 안에서 두꺼운 행감 자료를 꺼내 기자에게 안겨줬다. 기자가 기억하는 김 위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선 행감의 모든 자료는 공개돼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다. 그 소신은 의정 활동과정에서도 행동으로 표출됐다.

그랬던 그가 충남교육의 수장인 재선 교육감이 됐다. 기자는 진보적 성향의 김 교육감 체제 출범으로 과거 교육당국이 관행처럼 해왔던 폐쇄적 구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5년 차를 맞고 있는 김 교육감 체제이지만 교육당국의 행감 자료의 비공개 악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도 행감장을 열심히 쫓아다니지만 합법적(?)으로 자료를 손에 넣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슨 말 못 할 비밀이 담겨있는지 몰라도 그 귀한 자료는 몇몇 공무원과 의회 의원들 외에는 누구에게도 제공되지 않았다. 심지어 행감 정회 시간에 친분 있는 의원들을 통해 자료를 확인하는 시도 조차 관련 공무원들에 의해 봉쇄당하기 일쑤였다. 적어도 충남교육청 행감장에서의 국민의 알 권리는 공허한 외침인 셈이었다.

행감은 충남교육의 1년을 도민에게 보고하고 이를 근거로 내년 사업계획의 방향타를 잡는 결산의 자리다. 교육당국의 주요 사업 추진 현황은 물론이고 예산집행 내역이나 학력 향상도 결과 등 핵심적 내용들이 담긴다. 때문에 교육에 관심 있는 도민들의 눈과 귀가 이 교육 행감에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언론이 나서 행감의 진행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주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도내 일선 시·군의 경우 민선 의회 출범 이후 행감 자료의 공개는 당연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알 권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올해도 도교육청에 사전 행감 자료 요청을 시도했지만 ‘학교실명 및 개인정보 비공개’라는 이상한 핑계로 거부당했다. 김지철 교육감이 지향하는 충남교육의 기본방향은 ‘청렴하고 공정한 열린 행정 구현’이다. 그러나 행감때마다 매년 반복돼 온 충남 교육당국의 구태행정을 지켜보면서 이 슬로건은 공허한 헛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6년 전 김 교육위원이 화장실에서 몰래 자료를 기자에게 전해주면서 들려준 “도대체 무엇이길래 주면 안 된다고 하는지…”라는 그의 말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재범·충남본부 천안담당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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