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량형 총회 재정의 의결
몰·전류·온도 단위도 포함돼
정밀과학 및 산업분야 기대↑

세상의 기본이 되는 단위는 모두 7개로 구성된다. 시간(s·초), 길이(m·미터), 질량(㎏·킬로그램), 전류(A·암페어), 온도(K·켈빈), 물질의 양(㏖·몰), 광도(㏅·칸델라) 등이다. 이런 단위는 무엇보다 인간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변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질량의 단위 킬로그램(㎏) 정의가 130년 만에 새롭게 바뀌었다. 몰과 전류, 온도 단위 역시 재정의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지난 16일 밤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 기본단위 7개 중 4개 단위의 재정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위 재정의는 그동안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변하지 않는 단위 계산법을 갈망해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산물이기도 하다.

질량의 기본인 킬로그램(㎏)은 1889년 백금(90%), 이리듐(10%)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로 정의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원기도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버렸다.

130년간 단 4번 사용한 원기 질량이 50마이크로그램(㎍) 변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반응성이 낮은 백금이라도 공기와 반응하거나 이물질이 묻는 등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번 도량형 총회에서 국제사회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물체’가 아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수’로 기본단위 재정의에 합의했다. 상수로 불변의 단위 재정이 가능했던 것은 매우 정확한 시간(s) 측정 방법을 찾아내면서 부터다.

1967년 제13차 도량형총회에서 정의된 시간은 세슘-133 원자의 주파수 진동으로 측정한다. 이 방법을 활용해 정확한 시간 측정이 가능한 장비가 바로 세슘원자시계다. 정확한 시간을 바탕으로 1983년 미터도 재정의됐다. 미터는 진공에서 빛의 속력(c=299 792 458㎧)을 말한다.

상수로 재정의한 단위들 역시 시간과 미터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올해 재정의된 킬로그램은 기본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상수’를 이용한다. 플랑크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온도에는 ‘볼츠만 상수’를, 물질의 양은 ‘아보가드로 상수’를, 전류는 ‘기본 전하’를 정의에 쓰기로 했다. 이들 상수값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랜 기간 실험을 통해 결정했다.

이번 단위 재정의는 앞으로 제약이나 화학 등 정밀과학이나 산업 분야에서 기여를 하지만, 현재 일상에선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4개 단위 정의가 한꺼번에 바뀐 것은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며 “이번 단위 재정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방법을 찾아낸 것이며, 앞으로 극한 영역에서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연구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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