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Avian Influenza)로 인한 가금류 사육농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금산업은 2017년 기준 축산업 생산액 20조 1000억원의 약 26.6%인 5조 3000억원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자리와 건강을 책임지는 가금산업은 매년 이맘때 큰 위기를 겪는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의 광풍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의 대량 살처분은 사육농가 경제를 붕괴시키고 먹거리 불안, 소비 감소 등 사회경제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충남도도 2003년 이후 거의 매년 AI가 발생했으며 대량살처분에 따른 직접 피해액만도 1400여억원, 제반 방역비용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불편한 일상이 되어버린 이 재앙은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해마다 겨울 철새 140~150만 마리가 자연 생태적 순환으로 우리나라 서해안을 찾아 월동 서식한다. 특히 충남은 간월호, 금강호, 삽교호 등의 대규모 철새도래지와 하천이 많아 AI 전파경로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 가금산업은 소규모·방목사육에서 대규모·밀식사육, 속성사육 등으로 급변했다.

종합해보면 고병원성 AI는 1차적으로 겨울 철새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차적으로는 철새 분변 등 AI 오염원인 차량, 사람 등에 옮겨 방역에 취약한 밀식 사육농장에 전염되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AI의 경우 대략 70%정도가 2차 경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재앙을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충남의 축산농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필자는 다음의 해법을 제안한다.

첫째, 가축 사육시설만큼은 철새, 사람, 차량의 출입 관리 등 가축 방역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사후 임기응변식의 방역이 아닌 사전의 과학·실질적 방역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방역행정만큼은 미온적 온정주의가 아닌 상식과 매뉴얼에 입각한 원칙주의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

둘째, 대규모 밀식사육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겨울철 취약시기만큼이라도 한시적으로 가축사육 밀도를 낮춰 가축의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충청남도는 AI 취약시기인 금년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위험지역의 22농가들과 협력하여 오리 30여만 마리에 대해 사육 휴지기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셋째, 축산농가의 연대의식이 함양되어야 한다. 부주의로 인해 한 농장에 AI가 발생하면 반경 수 ㎞에 있는 이웃 농장의 가축 수만 마리를 매몰 처분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방역은 부차적인 비용이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투자이자 축산의 기본조건이다. 가축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 겨울도 축산농가, 계열주체, 생산자단체 그리고 충남도정이 하나가 되어 AI 방역체계를 확고히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가금산업을 선진화된 모습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다시금 다져야 한다. 충남도정과 축산인을 비롯한 220만 도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역량을 모아 간다면 선진화된 방역체계를 갖춘 안전한 가금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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