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에 흉작·가을에는 대풍…석 달 새 ¼로 가격 '뚝'

▲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김장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 중인 16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배추밭에 수확이 마쳤음에도 작물들이 남아있다. 2018.11.16
    yangdoo@yna.co.kr
(끝)
▲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김장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 중인 16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배추밭에 수확이 마쳤음에도 작물들이 남아있다. 2018.11.16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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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김장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 중인 16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배추밭에 수확이 마쳤음에도 작물들이 남아있다. 2018.11.16 yangdoo@yna.co.kr (끝)
[르포] '풍년의 역설'…금값 받던 배추, 밭에 버려진 신세로

여름 더위에 흉작·가을에는 대풍…석 달 새 ¼로 가격 '뚝'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생산과잉으로 값이 내려가는 '풍년의 역설'이 올가을 강원지역 배추 농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작황이 나빠 하늘까지 치솟았던 배춧값이 본격적인 김장철인 지금은 형편없이 폭락하고 있다.

밭에 나동그라진 배추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시름은 내려간 가격만큼 깊다.

16일 강원 춘천시 가을배추 주산지인 서면 신매리는 마지막 배추 수확이 한창이었다.

일꾼들이 커다란 칼로 배추 밑동을 베고, 커다란 망에 3개씩 담으면 금방 5t 트럭 위로 가득 쌓여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확을 마친 밭 곳곳에 초록 배추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병들고 무른 배추도 있지만 노란 속이 제법 꽉 찬 실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남은 배추를 마저 수확하는 사람이 있어 "왜 배추를 마저 수확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이것은 따면 안 되는 건가요?"라도 되물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수확을 마친 배추밭에서 남은 배추를 주워가는 사람들이다.

밭 주인 이모(75)씨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 사람들은 버려진 농작물을 주워가는 사람인 이삭꾼이야. 저런 사람들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

동네를 돌며 수확이 끝난 밭들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남은 배추를 살피고 있었다.

농민들은 "올해는 워낙 대풍이라 품질 좋은 배추만 수확하고 사실상 밭에 버려지는 배추가 많아 주워갈 게 제법 있다"라며 "그러나 농민들이 땀 흘리며 애써 키운 농작물을 그냥 가져가려고만 하니 기분은 매우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이곳의 가을배추는 90%가량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향한다.

올해는 워낙 대풍이라 품질이 좋은 것들을 잘 골라서 보내야 그나마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우스 봄배추는 입구의 크기가 48㎝인 망에 담겨 나오는 반면 올가을 이 지역 배추는 52∼55㎝ 망에 담길 만큼 실하다.

배추가 비쌀 때는 알뜰히 수확해 실어 보내겠지만, 지금 욕심을 부려 더 작은 배추까지 보낸다면 오히려 경락가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수확이 끝난 밭에 버려진 배추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배추밭 구석에서 깨를 털던 농민이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배추가 귀할 때는 남은 것으로 알배추라도 만들어서 내다 팔겠지만,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와. 그냥 갈아엎어야지. 값이 오를 때만 정부에서 법석을 떨지 떨어지면 농민들은 신경도 안 써줘."

춘천의 일부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판로를 찾지 못하고 서리를 그대로 맞은 채 밭에 버려진 배추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상품(上品) 한 망(3포기)에 2만3천원까지 하던 강원지역 배추 도매가는 현재 5천400원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배춧값이 곤두박질한 것은 배추 성장 시기에 이렇다 할 태풍이 오지 않았고 여름 이후 날씨가 좋아 시장에 잘 자란 채소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거듭되는 배춧값 널뛰기에 농민들은 "자식 같은 작물이 언제쯤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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