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세종역 등 이해 첨예
상생보다 ‘정치적 판단’ 앞서
명분과 실리 방안 도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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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충북 등 중부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의 까다로운 예비 타당성 조사 절차를 건너뛰어 지역 현안 사업을 발빠르게 추진하려 하고 있어 그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균형발전 명분으로 전국 지자체별 현안 사업을 건의받아 예타 면제 대상 추리기에 들어갔다. 충북도는 지난 12일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충북선 철도 고속화, 중부고속도로 전 구간 확장, 미래해양과학관 건립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대부분 비용 대비 편익(B/C)이 떨어져 정부의 도움없이 첫 삽을 뜨기엔 무리인 사업들이다.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4차산업혁명 전진기지 대덕특구 조성을 충남은 보령선, 수도권전철 독립기념관 연장 등을 예타 면제 목록에 올렸다.

세종의 예타 면제 요청 사업은 충북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KTX 세종역 신설을 1순위로 제시한 세종시는 세종~청주 고속도로 조성을 2순위로 내놓았다.

세종역 신설은 충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남면 발산리 일원에 광장과 역사를 갖춘 KTX 정차역을 만들겠다는 게 세종시의 구상이다.

인접 오송역 위상에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세종역이기에 충북 시민사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상생발전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B/C 0.59에 그친 세종역을 예타 면제에 포함시켜 재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충북 역시 비슷한 이유로 B/C가 나오지 않는 충북선 고속화를 정부 건의 예타 면제 1순위로 했다.

충북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그동안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지자체는 ‘지역 상생’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충북선 고속화는 충북~강원~호남을 잇는 ‘강호축’ 건설의 필수요소라는 점을 강조해, 타 지자체의 동의를 이끌어 낸 사업이다. 마냥 타 지자체의 현안을 전면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세종~청주 고속도로는 다른 맥락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총 8031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이 도로를 두고 세종시가 충북과의 상생을 의식해 내놓은 사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는 ‘(세종이) 지역 공조를 바라니 (충북은) 화답해 달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충북도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상생의 제스처’라는 의견과 ‘정치적 의도 일 뿐’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정부의 예타 규정으로 더 이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를 감안해 ‘충북선 고속화’라는 경제적 논리를 앞세울지, ‘세종역 신설 적극 반대’로 대변되는 정책적 접근으로 다가갈지가 고민인 셈이다.

충북도 안팎에선 세종~세종관문공항(청주국제공항) 진입도로 건설에 목소리를 높여달라는 주문을 세종에 해야 한다는 현실적 의견이 나온다.

충청권 지자체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모두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안 도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우선 충북선 고속화 등 지역 현안 사업의 신속한 추진에 노력할 방침”이라며 “세종 등 타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부는 전국의 광역 시도가 신청한 사업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내에 범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검토한 뒤 오는 12월 중순까지 대통령 주재 본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사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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