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팝송을 공부하기 위해 독학으로 영어공부에 몰두했던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고루한 문법과 실생활에 거의 통용되지 않는 교과서 내용에 만족하지 못해 어려운 단어와 실용표현을 스스로 공부하며 팝송으로 익히던 그 고단하고도 즐거웠던 보람을.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쓰는 표현과 자연스러운 생활감정이 팝송에 들어있었고 그 과정을 통하여 AFKN방송 같은 얼마 안되는 매체를 찾아 거듭 반복하며 외우던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자발적인 동기부여였으므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부실했던 사전 이외에는 다른 교재나 미디어가 거의 없었으므로 더디고 때로 잘못 깨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소모적인 시행착오도 즐겁기만 하였다. 영어잡지, 영자신문은 있었지만 팝송으로 익히는 영어공부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더구나 외국인과의 직접 대면 역시 극히 어려운 여건에서 터득한 영어실력은 나름 탄탄할 수 있었다.

이런 동기부여가 이즈음 K-Pop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한국어 공부 붐으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달라진 상황이라고는 다양하고 폭넓은 우리말 학습 교보재와 인터넷의 도움 그리고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한국어 원어민' 동포들의 존재가 아닐까.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한국어 학습 열풍은 우리문화 전파의 소중한 촉매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단체에서는 이 열기를 북돋우고 도움을 주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일정기간 교육을 이수한 젊은이와 은퇴 전문인력을 강사로 대거 파견하거나 교재개발과 보급, 여러 수준의 시청각자료 공급 등 세계 곳곳의 한국어공부 열기를 북돋울 다각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고장 우리나라에서의 이즈음 우리말 오염과 왜곡, 국적불명의 언어통용, 외래어 열풍 그리고 어린 세대들의 우리말·글에 대한 관심저하와 현저한 이해부족은 이런 한국어 붐을 거스리는 잠재적 역풍에 다름 아니다. 전철에 붙은 유명업체의 영어일색 광고는 그런 현실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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