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불합리 지시·폭언 등 다양
전문가 “수직 구조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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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충북 청주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A(32)씨는 출근 시간만 되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얼마 전 직장 상사와 언쟁을 벌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따돌림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말다툼을 벌인 직장 상사는 예전부터 아래 직원들에게 지속해서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 동료 직원들에게 A 씨를 따돌리게끔 지시했고, A 씨는 어느새 직장에서 혼자가 돼 버렸다.

A 씨는 “힘들게 들어온 회사이지만, 업계 문화가 수직적인 면이 있어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인 따돌림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직장인 2500명 중 지난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접 피해를 봤다는 비율은 66.3%에 달했다. 괴롭힘의 종류로는 협박과 모욕 등 정신적인 공격(24.7%), 과도한 업무 지시(20.8%), 직장 내 왕따(16.1) 순이었다.

충북도 직장 내 괴롭힘에서 안전한 곳은 아니다. 지난 10월 직장 내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LG 하우시스 옥산공장의 몇몇 근로자들은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 수년간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회적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을 다닌다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 직장인이 위계질서와 서열 관계 속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남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봤자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근로기준법을 살펴보면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폭언·괴롭힘·갑질 등에 대한 규정은 적혀 있지 않다. 이는 폭행이 아닌 폭언이나 불합리한 지시 등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직장 내 수직적인 구조가 괴롭힘 현상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남형 청주직업전문학교 직업상담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오래된 사회 병리 중 하나”라며 “법적으로 피해자를 지켜줄 수 없어 저항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 등 제도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현 기자 jsh90012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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