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승리 보다 정직함을 배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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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숙명여고. 연합뉴스

 

☞가을 끝자락, 유독 추운 날이 있다. 바로 수능날이다. 학생들의 긴장감이 날씨마저 얼렸을까. 내게도 아직 생생한 날이다. 늘 디데이를 셌다. 하지만, 막상 당일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많던 잠 마저 사라졌었다. 누가 안 깨워도 벌떡 일어났다. 마치 찬물을 맞은 느낌이랄까. 엄마가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가면서도 멍멍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서 해방되고 싶었다. 3년의 공부를 증명하는 시간.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의 선택을 좌우하는 시간. 누군가에겐 절실한 재도전의 시간. 그렇다. 치열했기에 먹먹하다.

☞한 사건이 학생들을 허무하게 만든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이다. 이 학교 전 교무부장은 쌍둥이 딸들에게 5회에 걸쳐 시험지를 유출했다. 성적이 올랐던 건 당연지사다. 문·이과 전교 59등, 121등이던 이들은 전교 1등까지 했다. 이 자매가 정답만을 외운 듯한 정황도 나왔다. '정답 암기장'이 발견됐다. 시험지에 깨알같이 써놓기도 했다. 수학시험지는 풀이 과정이 없거나 엉뚱한 게 적혀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피 터지게 공부할 때, 정답만을 달달 외운 셈이다. 누워서 '성적 먹기'가 따로 없다.

☞학교는 쌍둥이 퇴학·아버지 교사 파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쌍둥이 자매들의 성적도 0점 처리가 된다.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 이전에 쌍둥이 자매는 자퇴를 신청했었다. 이것도 하나의 ‘잔머리’다. 자퇴를 하게 되면, 이전 성적을 유지한 채 다른 학교로 갈 수 있다. 세 부녀는 여전히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뻔뻔함의 극치다. 아비는 선생이면서 부정행위를 가르쳤다. 교사로서, 아버지로서 0점이다. 이 가족의 욕심은 다른 학생들을 절망하게 했다. 이 자매 성적의 영향을 받는 학생 수는 100명이 넘는다.

☞내신이건, 수능이건 노력의 결과여야 한다. 모두가 함께 출발했지만, 능력대로 나눠져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배신은 없어야 한다. 우린 '정유라 사태'를 이미 겪었다. 특혜를 눈으로 봤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성공 지향주의·비양심 주의가 만들어 낸 괴물들이다. 쉽게 얻어낸 성공은 쉽게 무너질 뿐이다. 누군가의 피해로 얻어낸 기쁨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건 '승리'가 아닌 '정직'이 아닐까. 정직한 수험생들의 해방 날에 박수를 보낸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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