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지난 7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노사정 선언식'을 열고 건설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1976년부터 종합업체와 전문업체의 시공자격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2개 이상 복합공사는 종합업체가, 단일공사는 전문업체가 시공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종합업체 중에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하도급만 주는 페이퍼컴퍼니가 늘어나고 전문업체는 하도급만 하게 돼 종합업체와의 수직적원·하도급 관계가 굳어져 항상 불공정하도급에 노출되는 한편 전문업체가 대형건설사로 발전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40여년만에 종합업체와 전문업체의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여 발주자 선택에 따라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자유롭게 공사를 수주하고 상호 원·하도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발주자는 종합·전문을 판단해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적절한 판단을 통해 종합공사라도 소규모이거나 직접 시공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전문공사로 발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문업체는 복합공사로의 진출이 활발해 질 것이고 역량이 있는 전문건설업체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도급단계가 축소돼 불공정 하도급이 줄어들고 실제 공사 투입금액은 늘어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업종체계도 개편한다. 현행 29개로 세분화한 전문업종을 유사 업종별로 통합, 전문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하면서 업역규제 폐지에 따른 상호 경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생산체계 개편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제도 개선을 전제로 마련된 개선방안을 법령과 하위 규정에 적절히 반영시키는 작업이 남았다. 이 과정에서 2억원 미만의 전문 원도급 공사의 종합업체 수주 제한이나 10억원 미만 공사는 종합업체간 하도급 금지 등의 영세 전문업체 보호를 위한 내용이 일부 들어가서 다행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만들어질 추가 개편방안에도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영세전문건설업체들이 업역 개편에 따른 타격으로 설자리를 잃고 도태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약자인 전문건설업체들은 기존의 안전망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강자인 종합건설업체와의 무한경쟁 시장에 나온 것이기에 지금부터야말로 전문건설업체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절실하다.

이번 생산체계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 되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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