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의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자 심신미약 여부를 두고 공분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은 우울증에 대해 거리낌없이 비난을 쏟아냈다. 기사에선 ‘우울증 환자는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 ‘취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SNS의 반응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일부의 시각이었지만 우울증은 점차 혐오의 대상으로 번져갔다. 두려웠다.

나는 한 때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그보다 앞서선 우울장애를 겪었고 수 년 간 병원을 다녀야 했다. 나는 ‘어떤’ 것으로부터 피해자였고 친구의 자살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우울증에 대한 혐오가 번지며 나는 마치 전과범이라도 된 듯 했다. 특히 두려운 지점은 근거 없는 혐오에 의해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내가 스스로를 격리시키지 않은 것은 단지 세상물정을 몰랐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에서 비롯된 혐오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울증 환자들은 이미 사회의 갖가지 오해들로부터 숨어있다.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을 때도 “기록이 남지 않는 곳을 찾자”는 말을 들었다. 나는 실제로 아팠지만 내가 앓던 우울증은 세상엔 없는 병이었다.

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 우울증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집계된 환자만 68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위기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바라보는 사회는 오히려 그들을 숨으라고 한다. 내가 기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충남에선 지난해 66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자살률 역순위 평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충남이 가장 먼저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우울증이 들끓는 사회야말로 치부인 것이지, 환자들이 숨을 이유는 없다. 나는 나를 사회로 끌어내 준 것이 편견이 아닌 관심과 손길이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선교·충남본부 취재부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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