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혜 청주시 청원구청 주민복지과

"우리 아파트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없는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만 너무 많아요! 매일 텅텅 비어 있어요!" "저를 신고한 사람이 포상금 노리는 파파라치인가요? 누군지 좀 알려주세요!"

청주시 청원구청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업무를 맡고 있으면서 매일 듣는 말이다. 이 업무도 2년째인지라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이런 말들에 대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적게는 10만 원(불법 주차), 많게는 50만 원(주차 방해)이라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 사람들이기에 그 마음은 잘 알겠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공감대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장애인이 이동할 때 시간, 돈, 거리 등을 고려한다면 장애인이 이동할 때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에 정부·청주시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행위 과태료 부과와 장애인 편의시설 지도 및 점검, 해피콜 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을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시 조례에 의하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설치 의무시설은 법정 주차 대수 대비 4%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구수 대비 장애인 비율은 어떻게 될까. 2018년 9월 기준 청주시 전체 인구수는 83만 6367명이다. 그중 등록 장애인 수는 3만 9250명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이 수치만 봐도 너무 많이 설치됐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나 하나쯤이야 잠깐 어때' 하는 생각으로 하나둘 이용한다면, 그래서 정작 장애인이 필요할 때 주차를 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 불법행위 과태료 부과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시를 살펴보면 2015년 연간 부과 건수 4535건, 부과 금액 4억원이었는데 2018년에는 부과 건수 8218건, 부과 금액 9억원으로 3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증가세는 생활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의 보급 덕분이다.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일상생활 속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간편 신고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 간편한 신고도 사실 쉽지만은 않다.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사진을 찍어 전송하기까지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신고자가 파파라치인지를 묻기 전에 위반자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 먼저이지 않을까.

지난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핵심 키워드는 '포용 국가'였다. 이제 사회복지는 더 이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노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준수라는 작은 걸음부터 함께 내딛는다면 언젠가는 '모두 다 함께 웃는 청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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