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사회문제를 치유하는 정부의 모습은 계속 변화했다. 작은 정부가 큰 정부로 바뀌었고, 큰 정부는 다시 작지만 강한 정부로 진화했다. 그리고 지금의 정부는 유능한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큰 정부의 모습은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 담겨져 있다. 올해보다 9.7%가 증가한 470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이다. 야당에서 최대 12조원 정도를 감축하겠다지만 올해 보다 큰 폭의 증가는 분명하다. 이제 팽창예산 편성은 놀라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 되었고 계속될 것 같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담겨진 포용국가를 완성하는 데는 정부재정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예산은 정말 일이 많아져서 증가하는 것일까?

경제학자인 니스카넨(W. Niskanen)은 예산극대화 가설을 통해 정부팽창이 왜 일어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관료들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존재이며, 관료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그들이 속한 조직의 예산이 커짐에 따라 증대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관료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예산을 최대한 크게 편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필요한 행정서비스보다 2배 이상을 과잉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자치단체에서 성과 없는 축제가 개최되고 차별화되지 않는 모방적인 유사 시설들이 운영되고, 사업 타당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면, 니스카넨의 가설은 옳은 이론이 된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예산을 최대한 크게 편성하고 필요이상의 행정서비스를 공급한 것이 아니겠는가. 관료들에 의한 재정운영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큰 정부는 마땅히 유능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재정이 팽창되어도 불안하지 않다. 관료들이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면 그것은 유능한 정부의 모습이다. 투명해야 하거나, 신뢰받기 위한 일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굳이 효율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관료들이 불편해 하는 감사에도 소극적일 필요가 없다. 조이의 법칙(Joy's law)이 있다. 똑똑한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내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 일한다는 내용이다. 나와 우리 조직에 적합한 사람만 뽑다 보니 조직밖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와 조직이 외부의 시각에 개방적이고 유연해야 한다는 과감한 지적이다.

유능한 정부는 조직 밖의 똑똑한 사람을 활용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지만, 조직 내의 바깥 사람도 중요하다. 감사기구는 조직 내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름 중앙-지방과의 관계에서나, 광역-기초와의 관계에서는 조직 밖의 사람이다. 그래선지 똑똑한 사람이 되어 재정운영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려는 공공감사의 진화는 인상적이다.

지방정부의 감사위원회에서 전문 영역에 외부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실제 참여시켜서 개방적으로 전문성을 보강하는 일은 너무나도 바람직하다. 합법성 위주의 감사로 징계를 요구하기보다 정책과정과 정책성과를 살펴보고 평가의견을 제시하는 정책감사의 적용은 유연하고 효과적이다. 부정적으로 정책감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무래도 유능한 정부로 이끄는 진실한 정보를 생산하고 정책개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하는 유능한 큰 정부의 여정에 보탬이 되는 공공감사의 지속적인 진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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