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앨범 시원섭섭…힙합 문화 변화에 결단"

14일 10집 끝으로 타이거JK로만 활동…"외면당해도 제겐 명반"
30트랙 채운 앨범에 힙합 스타 총출동…"RM, 하드코어한 곡 골라 놀랐죠"

연합뉴스 cctoday@cctoday.co.kr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제0면     승인시간 : 2018년 11월 13일 18시 46분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 [필굿뮤직 제공]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앨범 시원섭섭…힙합 문화 변화에 결단"

14일 10집 끝으로 타이거JK로만 활동…"외면당해도 제겐 명반"

30트랙 채운 앨범에 힙합 스타 총출동…"RM, 하드코어한 곡 골라 놀랐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총 러닝 타임이 83분. 3~4분짜리 음원 한 곡을 온전히 듣는 것에도 관대하지 않은 시대에 작심한 모험이다. '힙합 대부' 드렁큰타이거(본명 서정권·44)는 마지막 앨범에 24곡과 인트로를 포함한 6개의 스킷(Skit)을 더해 총 30트랙을 담았다.

래퍼 타이거JK가 홀로 팀명을 지킨 드렁큰타이거는 14일 발매할 정규 10집 'X : 리버스 오브 타이거JK'(X: Rebirth of Tiger JK)를 끝으로 더는 이 이름으로 앨범을 내지 않는다. 1999년 1집 수록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께 기다려'라고 호령하던 때로부터 20년 만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호텔에서 만난 드렁큰타이거의 오른쪽 손목에는 '취호'(醉虎·술 취한 호랑이)란 한문과 함께 역동적인 호랑이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드렁큰타이거 4집의 뒷면에 있던 그 호랑이다. 그는 새롭게 한 파마도 초창기 머리를 해준 헤어 디자이너에게 했다고 웃었다.

"마지막이란 생각에…. 시원섭섭하면서도 다시 데뷔하는 것처럼 설레네요." 그는 앞으로 타이거JK로만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 "드렁큰타이거 안녕, 타이거JK로 다시 시작"

드렁큰타이거는 1999년 척박한 국내 힙합 시장에 첫발을 떼며 후배들의 동경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이민 갔다 돌아온 타이거JK가 DJ샤인과 꾸린 팀으로, 2004년 DJ샤인이 탈퇴하며 사실상 타이거JK가 홀로 이름을 이어갔다.

드렁큰타이거는 어린 시절 치기 어린 발상으로 "세상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취하도록 해보자"고 붙인 이름. "우리 음악이 부작용 없는 술, 몸에 좋은 약술이란 의미였죠. 하하."

힙합이 비주류로 치부된 시장에서 어려움은 많았다. 데뷔 전이던 1995년 미국에서 만들어와 내려던 앨범은 '멜로디 없음', 욕설 등의 이유로 금지돼 제대로 출시되지 못했고, 한동안 '음악 같지도 않은 음악'이란 손가락질도 당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힙합은 감각적인 래퍼들의 등장과 미디어의 견인 덕에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다. 해외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가수들의 K팝에도 랩은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드렁큰타이거는 편견과 틀을 깨고 힙합이 지금의 시장 지분을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 '힙합 대부', '힙합 레전드'란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 이름과 절연하고 타이거JK로만 앨범을 내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변화된 힙합 시장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1세대 래퍼들이 활약한 시절엔 평론가와 마니아의 진지한 호불호가 힙합계의 담론을 형성했다면, 힙합의 대중화와 함께 어느덧 방송이 부각한 랩 뮤직에 열광하는 팬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 드렁큰타이거는 변화된 흐름에서 "시도를 해도 차트에 못 올리고 음원이 묻혀버리는 위치에 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시대가 변해서 굴욕이더라고요. 하하. 사실 이전에도 드렁큰타이거는 앨범이 팔렸지, 차트에 올라간 적은 없어요. 마니아들은 앨범을 사주면서도 '이번 의도는 별로'라고 욕을 했죠. 그런데 변화한 흐름에선 음악색에 대한 인정보다 '과거에서 못 벗어났네, 올드하네'란 얘기를 들었어요. SNS 시대에서 흐름을 못 따라가도 무지한 거잖아요. '마지막이구나' 생각했죠."

또 다른 이유는 드렁큰타이거와 타이거JK가 선보이는 음악의 결이 달라서였다. 타이거JK로 EDM과 레게 등을 선보이면, "다 부셔주세요"라고 호응하던 드렁큰타이거 팬들에겐 이질감이 생겼다.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발 앞으로!'(6집 곡)에 열광하던 이들에겐 '이 빠진 호랑이'처럼 보였다.

그는 쳇바퀴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드렁큰타이거에 안녕을 고하고 타이거JK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10집 제목을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라고 붙였다.





◇ "CD 한장은 붐뱁 장르로 채워"…1세대 래퍼부터 RM, '쇼미' 스타까지 총출동

"하고 싶은 걸 다 했다"는 이번 앨범은 한권의 책 같다. 20년의 서사가 담긴 듯 알차고 방대하다. MC메타와 도끼, 방탄소년단의 RM, 엠넷 '쇼미더머니' 스타인 슈퍼비와 주노플로 등 국내 힙합 그라운드를 누비는 래퍼들이 대거 참여해 기념비적인 힙합 컴필레이션으로 완성됐다. 켄드릭 라마와 제이지, 나스 등 힙합 스타들과 작업한 엔지니어들이 사운드를 만지고, '마블'과 작업한 세계적인 드로잉 작가 김정기가 앨범 재킷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8집(2009) 때처럼 이번에도 드렁큰타이거와 타이거JK의 음악색을 구분했다. 한장에는 드렁큰타이거의 시그니처 사운드인 1990년대 힙합 황금기의 붐뱁(Boom Bap·드럼 소리가 마치 '붐', '뱁'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힙합의 한 장르) 장르를 채우고, 다른 한장에선 타이거JK가 좋아하는 재즈, EDM, 레게 등으로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처음 모인 100곡에서 3곡, 그다음 100곡에서 4곡, 마지막 100곡에서 나머지 선곡을 마쳤다.

투박한 붐뱁 사운드는 타이틀곡 '끄덕이는 노래'부터 확연히 들려온다. 거친 샘플과 강한 힙합 비트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이건 끄덕이는 노래 그냥 끄덕이는/ 나우(now) 화합에 방해되는 바른 자세 교정'이라고 격식의 파기를 외친다. '호랑정권은 랩신 인간의 탈 쓴'이란 스웨그(Swag·허세 부리며 과시한다는 뜻의 힙합 용어)도 살아있다.

"장르나 메시지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끄덕이면 된다'는 노래예요. 힙합은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된 대중에게 하는 말이죠."





피처링 진용의 첫 멤버였던 RM은 가장 하드코어한 붐뱁을 골랐다. 이 앨범이 대미란 걸 가장 먼저 알고 있었던 RM은 보내준 3곡 중 "드렁큰타이거다운 곡을 하고 싶다"며 '타임리스'(Timeless)에 랩을 더했다.

드렁큰타이거는 "그 선택에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랍티미스트도 놀랐다"며 "영원한 것, 클래식에 대한 내용을 가사로 쓰자고 했는데 RM이 오마주처럼 제 노래 제목을 이어서 가사를 보내와 감동했다"고 떠올렸다.

'아이 리멤버(I remember) 6번 줄 없는 통기타/ 이젠 너무 많이 특별해진 8:45/ 예 리멤버(Yeah remember) 예술이 그런 거지 뭐'('타임리스' 중)

RM은 해외를 다니는 빡빡한 일정에도 "역사적인 앨범에 같이 하게 돼 영광이다", "드렁큰타이거 밖에 못하는 걸 했다", "(음원 완성까지) 기다릴 수 없다"란 문자를 보내 응원했다.

"RM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힙합의 뿌리가 깊고 이해도가 넓은 친구에요. 재작년 말인가 섭외했지만, 어느새 너무 유명해져서 사실 같이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빌보드 1위를 하고도 '언제 끝나는지, 들어볼 수 있는지'를 물었어요. 잘난 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더 감동했죠."

또 다른 곡 '이름만 대면'에선 역시 힙합 1세대인 가리온의 MC메타와 드렁큰타이거의 만남이 상징적이다. MC메타는 '진짜들은 알아줘 이름만 대면'이라고 '리스펙트'를 했고, 도끼는 '어릴 적 영웅'이라며 '돌아가신 외할머니 장례비를 다 내준/ 빈털터리 시절 내게 첨 곡비를 준' 그에게 헌사를 보냈다.

초기 힙합 팬에서 이젠 40대 이상이 된 이들을 위한 대중적인 트랙은 '손뼉'이다.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 예능에서 활약하는 '어벤져스'들이 참여했다. 도입부터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뷰티풀'(Beautiful)은 그에게 큰 산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였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으로 7집(2007)의 '8:45 헤븐'(Heaven)을 잇는다.





음원 시대에 사라진 스킷들이 곡과 곡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도 정겹다. 뮤직비디오 감독 룸펜스의 어린 아들은 "호랑이 삼촌 랩 해줘 어흥"이라고 앳된 목소리로 재촉한다. 생전 아버지 육성(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 서병후 씨로 2014년 별세), 두 달 전에 몰래 녹음한 어머니 육성, 앨범 녹음을 마친 남편을 격려하는 부인인 래퍼 윤미래의 음성도 들려온다.

"미래가 이번 앨범은 와이프가 아니라 팬으로서 박수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차트는 보지 말래요. 하하.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차트 아웃'되면 충격받을까 봐요. 차트에 못 들면 하루 만에 그 곡의 수명이 다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쉬워요."

그는 "스스로는 지금껏 낸 앨범 중에서 명반이라고 여긴다"며 "사람들에게 외면당해도 괜찮은 앨범을 만들고서 문을 닫는 것 같다. 수치스럽지 않은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http://www.c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