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식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복도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결실의 계절이 돌아오고 조금 더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충청센터도 중장년 재직 근로자에게 ‘생애경력설계서비스’를 제공해 생애경력 후반부의 관리 및 계획, 능력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중장년의 재취업과 전직성공이 이뤄지면 한없이 기쁘지만 중장년의 뒷모습에서 처진 어깨가 유난히 더 쳐져 보일 때도 적지 않다. 이는 일자리, 특히 중장년 대상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장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구직준비 부족, 일자리 부족, 직업세계에서의 중장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여러 가지 고충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안정성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동시장 안정성이란 노동시장이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거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로 쉽게 이동해 소득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거나 실직상태에 있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도록 하게 해주는 등의 능력이라고 한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공공고용서비스·직업훈련·취업인센티브·고용지원·직업재활·일자리창출·창업지원·조기퇴직 등에 사용하는 비용의 GDP 대비 비중인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공공지출이 중간 순위의 국가가 1.4%, 가장 많은 국가가 3.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6%라고 한다. 실업기간 상한은 중간 국가가 12~14개월 정도, 가장 많은 국가가 60개월인데 반해 7개월로 가장 짧은 국가에 속하고 실업급여의 실업 전 소득의 대체율인 평균순소득대체율은 실업 후 1년, 5년 후가 OECD 평균은 각각 55%, 30%에 달하는데 반해 각각 29%, 6%에 불과했다.

위 지표를 보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중장년의 축 처진 어깨와 고용서비스전달체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알 수 없는 힘 빠짐이 왠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씁쓸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산업화시대의 주역인 중장년들이 지금은 동일 산업군내에서 직장을 옮기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얼마 전 고용참사가 벌어진 조선업종과 어느 자동차 회사의 경우에서 보듯 지금은 어느 한 산업이 쇠락하면 다른 산업으로의 직업이동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준비는 동일 산업군내의 이동보다 더 많은 노력과 기간이 필요하겠으나 고용안정성을 위한 지원은 아직도 동일 산업군내 직장 이동의 수준에 머물려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롭게 진입하는 산업군에서 예전에 버금가는 패기와 열정, 능력을 한 번 더 발휘하는 많은 중장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조금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의 더 여유가 중장년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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