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때마침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시험문제 정답을 빼돌려 쌍둥이 자매에게 준 부정행위가 2개월여간의 수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속된 전임 교무부장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여러 차례 문제가 유출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내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터진 숙명여고 사건은 현행 대입제도의 근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한 단면이다.

고교 내신과 관련한 부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전남에서는 한 학생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2018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해 간 사실이 들통 났다. 2014년 경기도에서는 교무부장이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 다니는 딸의 학교생활종합기록부를 조작했다가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숙명여고 사건과 판박이다. 수행평가도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배점 기준을 따르지 않고 반 전체 학생에게 '만점'을 주는 식이다.

대입 수시모집에서 내신성적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수시모집은 교과성적 즉 내신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 영역을 포함한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신성적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시험지 유출과 같은 부정행위가 끊이질 않는다. 현재 고2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의 77%가 수집모집으로 뽑는다.

수시전형비중을 줄이는 대신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내신관리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불신의 꼬리표는 항상 따라 붙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벌지상주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개인주의가 빚은 참극이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부정행위가 서슴없이 저질러지고 있어 더 안타깝다. 학생들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투명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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