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대전사무소] 이야기로 풀어보는 인권위 결정례

제목 : 외국인이라 목욕탕 출입이 안 된다고요?

 이귀화 씨는 10년 전 여행지에서 남편인 한국남 씨를 만났다. 중앙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이귀화 씨와 영어가 서툰 한국남 씨는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끌리는 뭔가가 있었다. 그래서 둘은 계획한 여행 코스를 변경해 가며 며칠을 함께 보냈다. 여행이 끝난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이귀화 씨와 한국남 씨. 이메일과 인터넷 통화로 사랑을 키워갔고, 한국남 씨가 휴가를 맞을 때면 이귀화 씨가 사는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경을 넘나드는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은 5년 전 결혼을 해서 한국의 지방도시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이귀화 씨는 1년 전에 한국인으로 귀화를 했다.

 “여보! 갔다올게요. 애기 좀 보고 있어요.”

 이귀화 씨는 남편과 딸아이를 두고 집을 나섰다. 목욕탕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귀화 씨가 한국에 와서 좋아하게 된 것 중 하나가 목욕탕이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육아와 직장 생활로 인한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해서였다. 이귀화 씨는 자주 다니던 동네 목욕탕 대신 옆동네에 있는 ‘최고조아목욕탕’으로 갔다. 직장 동료가 그곳 물이 좋다고 귀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욕탕 입구에 도착한 이귀화 씨는 당황스런 상황과 마주쳤다. 표를 판매하는 직원이 다짜고짜 외국인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였다.

 “저는 외국인 아니에요. 작년에 한국사람 됐어요. 이거 보세요.”

이귀화 씨는 귀화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원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어 보였다.

 “귀화를 했든 안 했든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 목욕탕은 외국인처럼 생긴 사람은 아예 안 받아요.”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하던 이귀화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오자 목욕탕 주인이 와서 이귀화 씨가 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여기 주변에 외국인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인 여성에 대한 주민들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혹시 그들이 에이즈를 옮길 수도 있고요. 외국인을 손님으로 받으면 주민들이 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입장도 이해해 주시고 목욕을 하시려면 다른 곳을 이용하십시오.”

“저는 한국에 귀화한 한국사람이고요 성매매를 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사정은 알겠지만 한 사람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도 받아줘야 하니까 아예 외국인처럼 생긴 사람은 받지 않습니다. 그게 저희 원칙입니다.”

 이귀화 씨가 계속 항변을 했지만 목욕탕 주인은 원칙이라며 이귀화 씨를 끝내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최고조아목욕탕’ 주인의 경우 영업이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외국인 출입을 막는 이유 중 하나로 에이즈 감염을 들었는데, 에이즈는 혈액이나 성 접촉, 모유 등 체액을 통해서만 감염이 된다. 목욕 시설을 같이 이용한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최고조아목욕탕’ 근처에 성매매 집결지가 있고, 외국인 여성들이 성매매에 종사하여 에이즈 감염 우려를 이유로 외국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인종차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86만 명(통계청, 2017. 11. 1.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186만 명 중 9.1%가 이귀화 씨와 같은 귀화자들이다. 이처럼 외국인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는 만큼 외국인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화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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