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신 충남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

‘30살까지의 얼굴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지만, 그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만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이야 여러 가지 시술이나 성형이 흔하니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지만, 얼굴은 자신의 삶을 드러낸다는 말일 것이다.

얼굴은 수백 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특정 근육이 발달하게 되고, 근육발달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자주 짜증을 내다보면 짜증 낼 때 작동하는 근육이 발달되어 그런 형태의 얼굴로 변하고, 자주 웃으면 웃음을 띤 편안한 얼굴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관상학자들은 짜증이나 화를 내면서 생기는 좁은 미간과 쳐진 입꼬리, 불안한 눈매는 화를 부르는 관상이고, 여유롭고 밝은 빛이 서린 눈, 환한 이마, 올라간 입꼬리 등은 복을 부르는 관상이라고 한다.

나는 내 얼굴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이왕이면 복을 부르는 얼굴로 만들고 싶다. 영화 ‘관상’의 대사처럼 얼굴의 생김새만으로 결정하는 관상이 아니라 시대와 삶을 아우르는 좋은 관상을 가지고 싶다. 행운은 웃는 얼굴로 들어와 불평하는 입으로 나간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내 인생의 부적쯤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나는 행운을 부르기 위해 일부러도 웃고, 가식적으로도 웃고, 쓸데없이 웃고, 혼자서도 웃고, 화장하면서도 웃고, 일하면서도 웃는다. 물론 제대로 웃을 일을 많이 만들려 하고, 서운함, 속상함도 빨리 처리하려 하고, ‘욱신 강림’을 막기 위한 나만의 주문도 외운다. 이렇게 살다보니 웃음 근육이 발달된 얼굴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더없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으로 기억하며 살 수 있을 만큼 행운이 들어왔다고 굳게 믿는다.

나는 교사 재직시절 첫 시간 숙제로 ‘윗니 여덟 개 보이며 활짝 웃기’를 내곤 했다. 아이들은 의외로 어려워했다. 십대인데도 우울한 표정으로 얼굴 근육이 굳어버린 아이들도 많아서 윗니 여덟 개 보이며 웃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3번 이상은 파안대소하게 하려 애썼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행운의 대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행복과 성공의 비결을 말해 달란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윗니 여덟 개 보이며 활짝 웃기! 그리고 내 얼굴에 대한 책임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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