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실감이 안 납니다. 주위에서 굴뚝에 오른 지 일 년이 됐다고 하니 '아, 벌써 일 년이 됐구나'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이곳의 높이 75m 굴뚝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두 번째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천막 제조업체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1년 전 오늘 이곳 굴뚝에 올랐다.

홍 전 지회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예전만큼 좋지도 않고 다가오는 추위도 문제"라면서도 1년의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 방법밖에는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깜깜한 새벽에 굴뚝을 올랐죠."

홍 전 지회장은 이렇게 1년 전 오늘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사실 얼마나 농성이 오래갈지 기약도 없이 굴뚝에 올랐다"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니 농성이 장기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고 말했다.

75m 굴뚝 위 폭 80cm의 비좁은 통로에서 이들은 한차례 혹한을 버텼고 지난 여름 기록적 폭염도 견뎌냈다. 이어 굴뚝 위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게 됐다. 그동안 체중과 근육량이 급격히 줄며 기력이 떨어지고 건강 상태도 크게 악화했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고공농성이다.

두 차례, 770여 일이 넘는 고공농성에도 사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사측은 이들의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홍 전 지회장은 "408일간 고공농성 끝에 사측은 2015년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면서 "사측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할 때까지는 고공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 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숱한 희생을 치렀지만, 사측은 그 약속을 휴짓조각처럼 어겼다"며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허탈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위기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희생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라며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힘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함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홍 전 지회장은 이번 농성이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가 세상에서 처한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고, 노동자가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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