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미란 무심수필문학회 사무국장

한동안 '수저론'이 SNS에서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 은, 동, 흙수저로 나누고, 흙수저는 다시 놋수저와 플라스틱 수저로 분류하며 수저계급론을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자신이 속한 계층을 수저론으로 가늠하는 것은 웃픈(웃기지만 슬픈) 자학(自虐)이 아닌가 싶다.

진로와 입시컨설팅 일을 시작한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을 외치던 내가 고민에 빠져 있다. 예비 취준(취업준비)생인 아들이 있어서인지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기실현형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상에 맞지 않아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 요즘 취준(취업준비)생을 둔 모든 부모의 마음일 지도 모른다.

청춘들이 아픈 세상이다. 10대는 입시 전쟁으로 20대는 취업 전쟁으로 30대는 결혼 전쟁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3포 세대에서 5포(연예, 결혼, 출산, 주택 구매 구입, 인간관계)에 이어 꿈·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가 부지기수라고 하니 그 가운데 내 아들이 속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스럽다.

'헬(hell)조선'이란 말도 있다. 우리사회가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지옥 같은 세상이라며 자조하는 넋두리다. 젊은이들은 노력을 '노오∼오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노력이 부족하다'고 나무라는 기성세대를 비꼬아 부르는 유행어다. '헬(hell)조선', '노오∼오력', '취업빙하기' 우울하고 절망적인 용어의 일색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웃기지만 슬픈 자학(自虐)에 씁쓸하기만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작 기성세대가 만들어 준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천에서 더 용이 나올 수 없다고 정당화시키며 청춘들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아부하거나 격려하기 위해 사회가 잘못돼 너희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다고 위로할 수만은 없지 않는가.

흙수저도 자신의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른 수저로 계급상승을 할 기회가 부여됨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수저론, 우리 사회가 세습 신분 사회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자학(自虐)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보상을 주는 사회, 이타적으로 살아야 행복이 주어지는 사회, 개인의 노력과 성취에 정직하게 응답하는 사회라고 우리는 믿어야 한다. 청춘예찬을 써야 할 사람은 바로 청춘 자신이다. 학교로 향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말해주고 싶단다. "내 마음이 믿는 만큼 내 인생이 달라진다"고….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