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슬아 충북도교육청 변호사

최근의 교육계는 미투 운동부터 유치원 비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래의 세대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준비해주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 믿으며, 그런 와중에 내게 아주 소소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 한 특별한 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하게 됐다. 다소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터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러 급한 일을 정리하고 서둘러 출발했는데, 꼬불꼬불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도 학교가 보이지를 않았다. 혹여 늦는 것은 아닐까 싶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다시 한번 확인도 해보고, '외진 곳인데 잘 오고 계시냐'고 물으시는 생활부장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나자, 그제야 교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교문을 지나며 내 눈 앞에 펼쳐진 경관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형형색색 고운 옷을 차려입은 산봉우리들 아래에 폭 파묻히듯 자리잡은 소박한 교사는, 주변 경관과 어울려 한껏 가을빛을 두르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교무실 앞에 서자, 인상 좋은 남자 선생님 한 분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분은 자신을 생활부장이라 소개하셨고, 우리는 교감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 탁자에 앉아 잠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그 대화의 내용 역시 범상치가 않았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 두 분이 나란히 앉아, 마치 자식을 자랑하는 팔불출 부모 마냥 학생들을 자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선생님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착하고 예쁜 아이들인지'를 거듭 강조했다.

"물론 개중에는 조금 거친 녀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버렸어요. 우리 학교는 3년이 넘도록 학폭 사안이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부터 그 아이들이 특별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약간은 설레는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을 만났다.

선생님들이 '요새 애들 말 참 안 들어요. 수업 힘드실 겁니다.'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입니다.'라고 말했기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선생님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가꿔 온 예쁘고 소중한 존재들로 느껴졌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여기 오자마자 선생님들께 붙들려 20분 동안 여러분들이 얼마나 특별하고 순수하고 바르고 예쁜 학생들인지 자랑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으엑~!"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조금은 부끄럽게 키들키들 웃었다. 나는 그날 만난 선생님의 모습도, 아이들의 모습도 참으로 정겹고 사랑스럽게 느꼈다.

주로 심각한 사안이 발생한 학교를 방문하는 나로서는 아마 그 학교를 다시 방문하게 될 일이 없을 것 같다. 나는 그 학교가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예쁜 모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내 아이가 다니게 될 학교 역시 그런 모습이기를, 내 아이 역시 그 아이들처럼 사랑받으며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