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연한 27년이나 남은 오정동시장 저온저장고 신축
신축확정 해놓고 억대 화재복구공사…대전시 관리부실

대전시가 오정동농수산물시장(이하 오정동시장) 저온저장고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사용연한 3분의 1도 되지 않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개월 후 철거가 예상되는 시설물에는 1억 3000여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하는 등 총체적 관리부실 속에 시민 혈세만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오정동시장 내 저온저장고를 착공해 올해 준공을 마쳤다. 사업비는 2016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선정을 통해 확보한 국비 10억원과 시 예산 10억원 등 총 20억원이 투입됐다.

시는 이 과정에서 저온저장고 신축 부지를 찾지 못해 기존 저온저장고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신축했다. 당시 시는 기존 저온저장고를 유지하면서 추가 저장고를 증축하는 안을 놓고 오정동시장 운영 업체들과 협의했다. 

하지만 오정동시장 운영 업체인 ㈜대전청과와 ㈜한밭수산이 서로의 의견만을 주장하면서 협의안을 찾지 못했고, 결국 기존 저온저장고를 철거하고 그자리에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결국 2004년 지어진 기존 저온저장고는 사용연한이 40년이지만, 지어진지 13년만에 철거되면서 예산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불과 수개월 뒤 철거될 기존 저온저장고에 1억여원을 투입해 보수공사를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 저온저장고는 2016년 8월 화재가 발생해 전체 8개 저온저장시설 중 1개 시설이 소실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시는 같은 해 11월 1억 32000여만원을 투입해 복구공사를 했다. 

그러나 농림부의 저온저장고 신축이 화재 시점 보다 앞선 같은 해 5월 확정된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보수공사에 보다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찬술 대전시의원은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저온저장고를 철거하고 신축해 예산을 낭비했다”며 “이러한 신축과정에서 오정시장 도매법인과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간에 어떠한 협의과정 없이 도매법인의 압력에 굴복해 저장고를 신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기존 저온저장고는 면적도 적을 뿐만 아니라 잦은 고장으로, 전면 보수공사나 재건축 논란이 많았다. 또 내부 저온저정고도 대형으로 설치돼 온도에 예민한 농산물 보관도 쉽지 않았다”면서 “새로 지어진 저온저장고는 기존 시설의 2배 면적에 내부도 소형으로 설계돼 많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로 인해 보수비는 이후 보험료에서 일부 보전받았다”면서 “이 업무를 맞은 지 얼마 안돼 자세한 내용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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